鄭·金 두 후보 '銃口정치'밖에 못 하나

입력 2006-01-20 10:48:38

열린우리당 당의장 유력 후보인 김근태 의원과 정동영 의원은 엊그제까지 '당권파 책임론'과 '정체성 논쟁'을 벌이며 격렬한 신경전을 벌였었다. 먼저 논쟁의 불을 댕긴 김 의원은 "당 지지율 하락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정 의원을 몰아세웠다. 이에 정 의원은 "네거티브 전략을 중단하라"고 받아치며 "당내를 겨냥한 총구를 밖으로 돌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후 두 사람은 나란히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향해 '아버지 시대의 독재 정치 망령에 갇혀 있다', '인혁당 유족들을 찾아가 사죄해야 할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전형적인 '내부 모순을 외부 공격으로 푼다' 수법이다.

두 사람의 공격에 박 대표가 발끈하면서 양측은 감정 싸움에 휘말렸다. 이 같은 여야 대표 정치인 간 느닷없는 인신공격성 공방은 어이가 없다. 가뜩이나 개정 사학법 때문에 정국이 꽉 막혀 있는 판에 정쟁 축에도 못 낄 하류 말 싸움으로 뭘 어쩌자는 건가. 두 사람이 이런 식으로 감정의 골을 깊게 파 놓으면 아무리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선다 해도 여야 간 대화 복원은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은 한 달 이상 장외로 떠도는 한나라당에 등원 명분을 고민해도 시원찮은 마당이다. 그런 상황에서 제1야당 대표를 걸고 넘어지는 것은 오로지 대선에 눈이 멀어 정국 파트너를 당권 투쟁의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는 비난을 살 만한 것이다.

두 후보에겐 열린우리당이 20% 지지에서 헤매는 데 대한 통절한 자기반성이 먼저다. 그게 합당한 처신이다. 외부에 총구를 돌리는 것은 '꼼수'다.

국민은 조속한 국회 정상화를 원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장외 투쟁을 접고 등원할 수 있는 지혜를 모으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런 만큼 두 후보는 여당 수장답게 상생의 정치력으로 승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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