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의 소리-국기에 대한 맹세

입력 2006-01-20 09:29:16

"군사정권시대의 산물"-"순국선열에 대한 예의"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한겨레21'이 '국기에 대한 맹세'에 반론을 제기했다. '처음에 누가 만들었는지 정부조차 모르는데, 아직도 거부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나라…, 박정희 정권이 병영국가를 위해 1972년 만든 그 충성의식을 계속해야 할 것인가'라는 보도였다.

한마디로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당시 국가주의적 통제 시책의 일환으로 도입한 '국기에 대한 맹세'를 없애자는 얘기다. 개인의 양심과 도덕적인 판단 없이 국가에 무조건적인 충성을 강요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행위라는 것이다.

'정의와 진실로서' 충성하는 것과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전자는 행위자의 개인적 양심과 도덕적 판단에 기초하지만, 후자는 무조건적인 애국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기에 대한 맹세'를 굳이 없앨 필요가 있느냐는 반문도 거세다. 네티즌들의 의견도 대다수가 그렇다.

△국기는 한나라의 상징이다. 국가의 상징에 대해 애국과 충성을 생각하는 것이 곧 국기에 대한 맹세가 아닌가 한다. 이걸 가지고 우상이니 하면서 상당한 세력을 가진 종교인들이 주력이 되어 떠든다는 얘기를 들었다. 너무들 하는 게 아닌가. 최근 단군상의 목이 잘리는 사태가 또 빚어졌다는데, 이것하고 같은 맥락은 아닌지. 군부시절에 만들었다고 무조건 버려야 한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오늘날 자기 정체감도 없는 사람들이 사회 지도층에 있다 보니 세상이 더더욱 살기 힘든 것 같다. 누가 뜬금없이 국기에 대한 맹세를 갖고…,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지…

(고운님)

△저마다 국기에 대한 맹세를 분석하느라 잘난 체하지만 그게 지독하게 이기주의적인 짧은 생각이라는 것을 모른다. 자존심이 강해서 '세뇌'당하기 싫고, 이 나라에 태어난 건 우연인가. 충성 따위는 싫다고 하면서 자기가 위험에 처하면 나라의 도움을 바라겠지. 쯧쯧.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한 순국 열사들이 있었기에 지금 대한민국이 있는 것이고, 우리가 자유롭게 사는 것을 왜 모를까. 2002년 월드컵 때를 생각해 보라. 국가대표 선수들이 애국가를 부르면서 가슴에 손을 얹었던 것은 무엇인가. (김종범님)

△태극기 때문에 흘린 피가 그 얼마인가. 나라를 상징하고 대표하는 태극기를 두고 왜들 이럴까? 요즘 젊은이들이 태극기에 대해 왈가왈부할 자격이나 있는가. 치욕의 일제 때부터 태극기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지 역사도 못 배웠는가. 아무리 세월이 바뀌어도 근본이 바뀔 수는 없다. 국기에 대한 맹세가 어디 한 개인에 대한 맹세인가. 배부른 소리는 이제 그만 하자. 일본 총리가 신사참배를 하고, 과거사도 왜곡하고 있는 판에 이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참으로 안타깝다. (lmja5010님)

△그 정도의 예(禮)는 용인할 수 있지 않은가 하는 주장도 많다. 하지만 '맹세문'의 구절을 생각할수록 모독당하는 느낌이 든다. 이건 거의 '무뇌' 수준의 맹목적 사랑이 아닌가.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해 절대 몸과 마음을 바치지 말아야겠다는 반발심이 슬며시 솟구쳤다. 이 죽일 놈의 사랑, 아니 이 죽일 놈의 충성. 이건 가미카제 같은 '자살특공대'에나 필요한 의식이 아닐까. 21세기에도 그걸 강요하는 대한민국이 좀 징그럽다. 맹세문 작성자도 그것이 '전체주의적'이라고 고백했다. (k-love님)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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