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농·축협장 선거 후유증

입력 2006-01-20 09:48:23

경쟁 후보 금품매수와 조합원 금품제공 사건이 발생한 경산 축협장, 와촌·압량농협 조합장 선거 후유증으로 지역사회 분열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전 경산축협 상무 최모(58) 씨에게 "5천만 원을 줄 테니 출마를 포기하라"고 종용한 경산축협 조합장 정모(52) 씨가 농업협동조합법 위반혐의로 18일 구속되자 두 사람에 대한 양비론(兩非論)이 팽배하다.

금품매수를 시도한 정씨는 물론 지탄을 받고 있지만 단 둘이 3차례 만나 후보 포기 제의가 담긴 대화내용를 모두 녹음한 최씨에 대한 비난 여론도 만만찮다. 19일까지 축협 조합원 50여 명은 "두 사람간 대화내용을 녹음하는 등으로 정씨가 후보 사퇴와 함께 구속되자 무투표 당선된 최씨의 비열하고 비도덕적인 고발 행위를 규탄한다"며 조합원 탈퇴서를 제출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점차 확산되는 추세여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8일 와촌농협 조합장 선거에서 당선된 김모(51) 씨는 작년 5~11월 1만8천 원짜리 수입쇠고기 세트를 조합원 30여 명에게 돌린 혐의로 이날 불구속입건돼 역시 '혼탁선거' 후유증의 한복판에 서 있다. 경찰조사에서 쇠고기 세트를 받은 것으로 확인된 조합원 30여 명은 받은 금품 액수의 50배 범위 내에서 선관위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됐다. 조합원들은 "재판을 앞둔 상황에서 조합장으로 떳떳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또 조합원 3명에게 3만~5만 원을 돌린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된 압량농협 조합장 후보 정모(60) 씨 건과 관련해서는 상대 측의 '제보' 때문이라는 소문이 파다해 선거가 끝난 지 20여 일이 지났으나 지역갈등은 숙지지 않고 있다.

"후보끼리 공명선거를 수차례 다짐했지만 상대 후보 '발목잡기'와 금품제공 등 불법·타락 선거로 얼룩져 고개를 들 수 없다"는 농협 경산시지부 관계자들의 푸념과 하소연에 대해 사건에 연루된 후보자들과 조합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경산·강병서기자 kb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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