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난치병-(10)자가면역성 간염

입력 2006-01-19 10:25:06

무월경·여드름·관절통 나타나면 의심을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기생충, 독성물질 등이 우리 몸에 침범하면 면역체계가 발동된다. 면역세포가 직접 작용하거나 항체를 만들어서 세균, 바이러스 등에 대항한다. 면역체계는 자기 몸의 구성요소(세포나 단백질)에 대하여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 이것을 면역관용이라 하는데,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면역관용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면역세포들이 자신의 구성요소를 공격하게 된다.

자가면역성 간염은 자신의 간세포에 면역반응이 일어나 간세포의 궤사가 일어나고 섬유화를 동반한 염증이 계속 발생하는 만성 질환으로 간경변증, 간부전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서구에서는 매년 인구 10만 명 당 0.69명 정도 환자가 발생하며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가장 흔한 간질환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까지 200여 명의 환자 발생만이 보고 되어 있어 희귀 질환에 속한다. 남자보다 여자에게서 더 많이 발병하며 국내 환자의 90% 정도가 여성이다.

◆증상

바이러스성 간염과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 증상이 급격히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 급성 바이러스성 간염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피로, 권태, 식욕부진 등의 일반적인 간염 증상뿐 아니라 무월경, 여드름, 관절통 등이 동반될 수 있으며 황달이 많이 나타난다. 이외에도 관절염, 피부반점, 발진, 대장염, 늑막염, 빈혈 등의 증상이 발현할 수 있다.

초기에 질환을 발견하지 못하고 부종, 혈액응고 장애, 정맥류 출혈과 같은 간경변증의 합병증으로 병원을 처음 찾는 환자도 있다. 증상이 심한 경우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사망률이 6개월 이내 40%에 이를 만큼 높다.

◆진단

다른 간질환 환자들과 달리 자가면역성 환자들은 자가면역 항체를 비정상적으로 만들어내므로 혈액내 자가면역 항체를 측정하면 쉽게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진단에 유용한 대표적인 자가면역 항체로는 세포핵에 대한 항체, 평할근육에 대한 항체 등이다. 또 혈액에 혈청 감마글로브린이 증가되어 있다. 그러나 모든 환자에게 이런 자가면역 항체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종종 바이러스성 간염 환자에게서도 발견되기 때문에 증상과 혈청검사, 간조직 검사 등을 종합하여 발병 유무를 확정한다.

◆치료

주로 면역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치료가 이루어진다. '글루코콜티코이드'라는 스테로이드제가 주요 치료약제로 사용된다. '글루코콜티코이드'는 증상의 호전을 가져오고 생존을 증가시킨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게서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스테로이드 단독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약한 경우는 '아자티오프린'이라는 면역억제제를 함께 사용하는 병합요법을 해야 한다. 병합요법은 스테로이드 단독치료에 반응이 없는 경우에도 효과적일 뿐 아니라 스테로이드 치료의 효과를 높이고 합병증은 줄이는데도 상당한 기여를 한다.

치료는 적어도 12개월 내지 18개월간 계속해야 하며 치료 종료 후 다시 재발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추적 검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환자의 약 50%가 평생 치료를 필요로 한다. 간질환이 심하게 진행된 경우에는 간이식이 유일한 치료 방법이다. 현재까지 간이식 후 자가면역성 간염이 재발되었다는 보고는 없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도움말:탁원영 경북대의대 내과 교수

사진: 자가면역성 간염은 자신의 간세포에 면역반응이 일어나 간세포의 궤사가 일어나고 섬유화를 동반한 염증이 계속 발생하는 만성 질환으로 간경변증, 간부전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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