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대한민국에서 아이 낳는 일

입력 2006-01-19 08:49:09

우리나라 출산율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70년대만 해도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며 출산 억제정책을 폈던 것이 인구 감소와 노령화에 따른 문제 해결을 위해 출산장려 운동을 펼치고 있으니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며칠 전 친지의 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주례 선생님의 '신랑 신부는 우짜든지 빨리 생산하세요. 가능하면 그것도 많이 생산하세요'라는 진지한 말씀을 들었다. 출산이 얼마나 다급한 현실인지 산부인과 의사인 나로서는 더욱 공감하는 일이었다.

현재 우리나라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급격한 출산율 저하는 고령화의 가속화로 이어져 우리는 이미 지난 2000년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고, 오는 2018년에는 '고령 사회'가 되며, 2026년에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최소한 한 집에 2명의 자녀가 있어야 현재의 인구 수가 유지될 수 있고, 국가 발전도 지속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보면 이제 출산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지금 사회 분위기는 어떤가.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 되었고, 결혼을 한다 해도 자녀를 낳지 않는 부부도 점차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에서는 '결혼 후 1년 내 임신하고, 2명의 자녀를, 30세 이전에 낳아 건강하게 잘 기르자'고 호소하지만 일부에서는 그렇게 하면 '40대에 망한다'는 냉소적인 의식이 팽배해 있다. 모성애가 강한 한국 여성들이 왜 출산 파업을 할까. 왜 아기를 낳지 않을까.

가장 큰 원인은 아기를 낳아 키우기가 힘든 사회적 환경 때문일 것이다. 출산기피 현상을 해결하려면 여성들이 직장생활과 육아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보육시설을 늘리고, 사교육비 걱정 없는 교육 시스템 확립과 함께 출산·보육의 현실적 지원 방안 확충 등 정부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한국에서 아기를 낳는 일을 너무나 행복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도록 사회 분위기를 형성하는 일이다. 또한 가족의 소중함, 자녀 양육을 통해서 느끼는 행복감이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는 젊은이들의 인식 전환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출산의 긴 여정을 마친, 이마에 땀이 보송보송한 산모가 아기를 바라보는 선한 눈망울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모습이 아닐까.

류형우 수성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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