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Travel 라이프]두바퀴로 떠나는 뉴질랜드-(1)자전거 천국

입력 2006-01-18 09:46:24

5년 전 여름, 미국여행 이후 나홀로 두 번째 해외 자전거여행이다.동호회 회원들과 국내여행은 가끔 다녔지만 자전거에 짐을 가득 싣고 떠나는 해외여행은 언제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두 다리로 페달을 밟아야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자전거 여행. 이번 여행에서 또 어떤 것을 보고 느끼게 될까?

설레는 마음으로 도착한 오클랜드 공항. 공항에서 내려 순환버스를 타려고 두리번거리던 중 벽면에 반가운 문구가 눈에 띈다.'모든 자전거 여행객들 필독'이라고 적힌 곳에 가보니 '헬멧 착용 필수'라는 내용의 안내문과 함께 좌우에 자전거를 조립하고 정비할 수 있는 거치대가 마련돼 있다. 공항에서부터 자전거 이용자들을 위한 배려에 감동하면서 그 자리에서 자전거를 조립, 오클랜드 시내로 출발했다.

오클랜드의 최대 번화가이자 예약해놓은 유스호스텔이 있는 퀸 스트리트에 도착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자전거를 타고 뉴질랜드 인구의 35% 이상이 살고 있는 오클랜드 시내를 돌아다녔다. 오클랜드 박물관, 세비지 메모리얼 파크, 웨스턴 스프링 파크 등을 둘러보았으나 그다지 큰 볼거리는 없다.

저녁 무렵 대형 할인점인 푸드타운에서 시장을 봤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공산품 가격은 우리나라와 비교해 2, 3배 이상 비싼 반면 식료품은 거의 절반가격이다. 식빵 한 봉지나 쌀 500g짜리가 우리 돈 700원, 뉴질랜드산 라면은 한 봉지에 150~200원, 스테이크용 쇠고기는 한 근에 3천 원밖에 하지 않는다.

오클랜드에서 이틀을 보내고 드디어 본격적인 자전거 여행을 시작했다. 대형 서점에서 지도책도 샀다. '론리 플래닛 바이씨클 인 뉴질랜드'라는 자전거 여행객들을 위한 전용 책도 있었지만 전체적인 지명과 도로사정이 잘 표시돼 있으며 캠프장 위치가 자세히 나와 있는 '뉴질랜드 모터사이클 아틀라스'라는 책을 샀다.

출발한 지 5시간 만에 오클랜드 시내를 빠져나와 '파파쿠라'라는 곳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는 차량통행도 적고 길 찾기도 쉬운 전형적인 국도다. 물론 도로상태는 울퉁불퉁한 포장길이지만 그나마 갓길이 넓다. 하지만 그 밖의 지방도는 갓길이 좁거나 아예 없으며 길가 쪽은 경사져 있어 자칫 미끄러지면 움푹 팬 곳으로 떨어질 위험도 있다. 대형 트레일러들이 옆을 스쳐 지나갈 땐 생명의 위협까지 느꼈다.

여행기간 동안 다녀본 도로는 40%는 울퉁불퉁한 포장도로, 40%는 그나마 조금 나은 포장도로, 10%는 완전 비포장도로, 나머지 10%가 한국의 매끈한 아스팔트와 같은 도로였다. '왜 이렇게 노면을 울퉁불퉁하게 만들었을까?'라는 의문은 여행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

도로포장 기술력이 떨어져서인지, 도로건설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인지 만나는 사람마다 대답은 제 각각이었다.

하지만 여행 막바지에 정확한 이유를 듣게 됐다. 변덕스런 해양성 기후로 소나기가 자주 내리고 환경보호를 위해 터널을 만들지 않으므로 도로자체가 급커브가 많은 곳이라 바퀴가 미끄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또 강한 햇볕을 울퉁불퉁한 표면이 분산시켜 도로의 변형을 방지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이유를 듣고나서야 이해는 갔지만 완충장치가 없는 사이클로 여행하는 나로서는 여행 내내 이런 울퉁불퉁한 노면 상태가 불만이었다.

오클랜드를 떠난 지 이틀 만에 '코로만델 반도'를 통과했다. 워터웍스 파크에서 물을 이용한 기발한 키네틱아트 조각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갑자기 다리에 통증이 밀려온다. 비포장도로인데다 험한 코스인 동쪽 이스트케이프를 포기하고 타우랑가에서 바로 남쪽 내륙 쪽으로 향했다. 이제부터 뉴질랜드의 광활한 자연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김정문(31·자전거타기운동연합 대구본부 교육팀장)

후원 : GoNow여행사(로고 및 연락처)

사진: 1. 뉴질랜드 오클랜드 공항에 마련된 자전거 여행객들을 위한 안내문과 조립 및 정비 장소. 헬멧없이 자전거를 타면 55호주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고 적혀 있다 2. 오클랜드의 배달족. 오토바이보다 자전거 퀵 서비스(Quick Service)가 더 많다. 최근 서울에도 자전거 퀵 서비스를 하는 소규모업체가 몇 군데 생겼다고 한다 3. 질랜드의 우편배달부. 빨간색 패니어(바퀴 양쪽에 장착된 가방)를 달고 비오는 날에도 임무에 충실하다. 여자 우편배달부도 자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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