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꽃돼지~" 방학 중 청소년 비만관리

입력 2006-01-17 10:24:14

방학 중 청소년 비만관리

'새해에는 온 가족이 다이어트를!'

소아·청소년 비만이 심각한 수준이다. 대구시 교육청 조사 결과 2005년 초등학생의 12.13%, 중학생의 12.02%, 고등학생의 15.44%가 비만으로 나타났다. 소아 비만은 성인까지 이어질 확률이 70%를 넘을 뿐만 아니라 심리적·체력적 측면에서 공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일찍부터 생활 습관을 바꿔주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하지만 소아 비만은 가족들의 전폭적인 협조 없이는 성공하기 힘들다. 온 가족이 함께 매달려 생활 습관 전반에 변화를 가져와야만 해결이 가능하다. 어린이 비만의 원인과 문제점, 예방법을 알아봤다.

▲꽃돼지 날다!

J군(12)은 겨울방학이 시작되면서 체계적인 비만 관리를 시작했다. 늘상 '저팔계', '꽃돼지', '슈퍼 삼겹살' 등의 별명으로 불려 마음의 상처가 컸던 것이다. '뚱'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신경이 날카로워질 정도였다. 이제 운동을 시작한지 3주 남짓. 체중은 고작 2㎏가 줄었지만 J군이 느끼는 변화는 그 이상이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면서 일단은 성격이 쾌활하게 바뀌고 생활에 의욕이 생겼다는 것이다.

영남대의료원 아동 비만클리닉을 담당하고 있는 최광해 교수는 "비만 클리닉에 오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우울증 증세가 있다"며 "어린 학생들일 수록 1~2㎏의 작은 변화에도 몰라보게 쾌활해지고 적극적으로 변화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아동 비만은 건강 관리 외에 성격 형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비만'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은 높지 않다.

최 교수는 "대개 지방간이나 간염, 고혈압 등 병적 증세가 있어야 자녀의 비만에 관심을 갖는다"며 "관련 질병뿐만 아니라 외모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스트레스 장애를 유발하기 때문에 조기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기통제력 부족이 문제

비만은 건강이나 심리적 악영향뿐만 아니라 학업에까지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영국 던디대학 제니 하비와 텍사스 대학의 메튜 와이너 등은 최근 비만과 관련된 호르몬이 기억력을 떨어뜨려 학습능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또 비만으로 인한 코골이 등은 뇌가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도록 해 머리가 무겁고 멍한 중세를 호소하게 만든다는 주장도 있다.

'자기 통제력 부족'에서 비롯된 학습력 저하도 심각하다. 유보춘 종로정신과 원장은 "비만 아동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징 중 하나가 자기 통제력 부족"이라며 "비만은 주로 식욕을 억제하지 못한 데서 유발되는데 이는 전반적으로 스스로를 통제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비만이 시작되면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고 불안감도 쌓여 스트레스에 쉽게 예민해지는데다 외모에 대한 불만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해 통제력을 더욱 떨어뜨린다. 유 원장은 "자기 통제력이 강한 아이들은 일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나태한 생활 습관과 스트레스성 폭식 등으로 과다체중이 되기 쉽다"며 "자기 관리 능력이 떨어지니 학습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체계적인 비만관리를

소아·청소년 비만 관리를 위해서는 생활 습관부터 개선해야 한다. 비만은 유전적 요인과 식습관, 운동 부족, 활동량의 저하와 같은 환경적인 요인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가족의 도움 없이 자녀 혼자 비만에서 탈출하기는 역부족이다. 최 교수는 "비만클리닉에 오는 상당수 학생들은 어머니까지 동반 다이어트 효과를 가져온다"며 "패스트푸드나 초콜릿 등 고열량식의 섭취를 줄이고 활동량을 늘이는 등 생활 전반의 변화를 통해 온 가족이 건강해질 수 있다"고 했다.

이 때 단기간에 무리하게 살을 빼려고 해서는 위험하다. '방학 단기 체중 감량'에 올인해서는 오히려 낭패를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최 교수는 "일부 단식원이나 미용센터 등에서 제니칼, 리덕틸 등 성인용으로 제한된 비만치료제를 불법 처방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은 자녀에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자녀가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무리한 식이요법도 좋지 않다. 꾸준한 운동을 통해 체중이 더 이상 늘지 않도록 조절하면서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한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게 하면 키가 자라면서 비만도 자연스럽게 개선될 수 있다.

심리 상담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법을 익히는 것도 좋다. 스트레스로 인한 비만이냐, 비만으로 인한 스트레스냐의 차이는 있지만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 풍토 속에서 비만이 자녀에게 심각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

유 원장은 "가능한 많은 대화를 통해 아이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이해하고 스트레스를 덜어주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며 "마음의 안정을 찾으면 비만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최해광 교수의 '생활 속 다이어트 TIP'

-컴퓨터를 꺼라. 중독성이 있는 컴퓨터는 아무런 활동 없이 앉아있는 시간을 길게 만든다.

-심부름을 시켜라. 이 때는 가급적 엘리베이터보다 계단을 이용하게 하라.

-TV를 볼 때는 눕지 못하게 하라.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칼로리 소모를 늘일 수 있다.

-멀지 않은 학교, 학원 등은 걸어다니게 하라. 힘들게 시간을 내 운동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다.

-방 청소는 직접 하게 하라. 청소를 통한 운동량은 생각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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