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편지-고객만족·고객무시

입력 2006-01-17 10:31:32

학교 영어교육 시작 학년을 초등학교 1학년까지 낮추는 방안이 추진된다고 한다. 매사에 국제 경쟁력을 강조하는 글로벌 시대이니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때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 유치원까지 낮춰도 되지 않겠느냐는 주장까지 나온다. 영어에 대한 관심 이상으로 영어 교육에 대한 사교육 투자가 이르게, 과다하게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등골이 휘는 '수요자'의 입장을 조금은 고려한 듯하다.

그러나 '수요자'에 대한 교육 당국의 시각은 여전히 근시다. 고객만족, 고객감동을 넘어 고객졸도의 지경에 이르고 있는 기업들의 경영에 비춰보면 그들의 태도는 아직도 고압적이다.

현재 초등학교 3학년부터 이뤄지고 있는 영어 교육의 실태를 교육 당국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 그 속에서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은 어느 정도 만족도를 보이는지, 문제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개선돼야 하는지를 한 번이라도 심각하게 고려해본 적이 있나 의심스러울 정도다.

영어 교육의 방법론과 내용에 대해 논쟁을 벌이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학교 영어교육과 사교육의 격차가 너무나 심하게 벌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2010년이나 돼야 모든 중학교에 배치한다는 영어 원어민은 벌써 몇 년 전부터 모든 영어전문학원에서 볼 수 있다. 연구비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교사들이 35명 학급에서 수업할 때 학원들은 5명 단위, 10명 단위로 경쟁과 인센티브 속에서 수업한다. 애초에 경쟁이 되지 않는 싸움이다 보니 정부도 영어교육에 있어서만은 사교육비 운운 하지 않는다.

현실이 이렇다고 공교육 차원의 교육 기회 제공과 교육 수준 높이기를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정책 마인드다. 사교육과의 엄연한 격차 속에서 학교 영어 교육의 목표를 현실적으로 잡고, 수요자들이 최소한의 만족이라도 느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말로만 혁신, 혁신 할 게 하니라 경쟁력 있는 기업의 경영과 조직 관리에서 구체적인 방법을 배워야 한다.

고객만족경영에서 고객이라고 하면 예전에는 제품 구매자를 이야기했지만 지금은 훨씬 더 광범위하다. 외부 고객 외에 종업원인 내부 고객과 주주, 사회까지 고객의 범주에 포함시킨다. 현대의 기업은 외부 고객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불만을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물론 사원들의 복지와 만족도를 높여야 하고, 주주에게 이익을 줘야 하며, 사회에 기여해야 존재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나서야 할 사람은 경영자다. 항상 고객 가까이에서 고객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위에서부터의 변화가 기업 말단까지 퍼져 기업 문화 자체가 바뀔 때 비로소 고객만족을 위한 경영혁신이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교육서비스의 경영자 격인 교육부 역시 수요자 중심이라는 표현을 내세우며 이를 구현한다고 부르짖은 지 오래다. 그러나 그저 인사 잘 하기 운동, 미소로 대하기 운동 수준에서 고객만족을 이해하고, 특강이나 토론회 몇 번이면 달성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 그들만의 '고객무시'는 언제쯤 사라질 것인가.

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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