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들려주는 옛이야기-눈 속의 기적

입력 2006-01-17 10:33:26

얘야, 눈이 많이 내리면 길을 잃기 쉽단다. 더구나 처음 가는 깊은 산 속에서는 더욱 그렇겠지.

제2차 세계 대전 때에 있었던 일이란다. 독일과 이탈리아 군을 물리치기 위해 영국과 미국, 프랑스 등 연합군이 알프스라는 깊은 산으로 갔을 때의 일이지. 알프스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국경에 걸쳐져 있는 높은 산이야. 알프스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는 몽블랑(Mont Blanc)이라고 하는데 바다에서 그 높이를 잴 경우 무려 4천807m나 된다고 하니 정말로 높은 산이지.

그래서 사람들은 웬만해서는 함부로 그 산으로 들어가기를 꺼려하였다는 구나. 그런데 전쟁을 하다보면 어디든지 가야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생기지. 20여 명의 연합군이 이탈리아 군대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이 산에 들어갔지.

그런데 처음 길이라 그만 길을 잃게 되었다는 구나. 병사들은 우왕좌왕 헤매게 되었지. 물과 식량이 떨어지자 사기는 더욱 떨어졌지. 또 밤에는 몹시 추웠고…….

"큰일이다. 이러다가는 우리 모두 이 산에서 죽게될 것이다."

"어디로 가야 마을로 나갈 수 있을까?"

병사들은 낙망이 되어 어쩔 줄 몰랐지.

그 때 한 병사가 나서서 외쳤대.

"자, 여기에 지도가 있다. 이 지도를 보고 길을 찾으면 된다!"

"그래! 빨리 앞장 서."

주머니에서 지도를 꺼낸 병사는 지도를 들여다보며 앞장서서 걷기 시작하였대. 그 병사는 다른 병사들을 이끌고 계곡을 건너고 봉우리를 넘었어.

"아직 멀었어?"

"며칠 걸릴 거야. 자, 멀다고 생각하지 말고 노래를 부르자."

병사들은 한 사람씩 모두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대. 노래가 끝났을 때에는 모두들 감탄하였다는 구나.

"야, 저 친구가 저렇게 노래를 잘 할 줄이야."

"그러게 말이야. 모두 한 가지 재주는 다 가지고 있구나."

병사들은 서로를 격려하고 어려움을 나누게 되었대.

"아이고, 목말라!"

"자, 눈을 녹여서 물을 만들자. 누가 가루 커피 가진 거 없어?"

병사들은 주머니를 털어 겨우 커피 한 봉지를 찾아내었대.

"야, 한 사람이 마셔야 할 커피를 스무 사람이 나누어 마셔야 하다니."

"그래도 맛만 좋은데 뭘?"

"하하하! 그건 그래!"

병사들은 힘을 내어 걷고 또 걸었지. 그리하여 마침내 열흘이 넘어서야 부대에 도착했대.

대장이 물었어.

"어떻게 길을 찾을 수 있었나?"

"네, 지도를 보고 찾았습니다."

"아니, 이 지도는 알프스 지도가 아니고 바다 건너 스페인의 피레네 산 지도가 아닌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길을 찾았지?"

"네, 모두가 용기를 잃지 않게 하려고 저만 이 지도를 보고 앞장섰습니다. 피레네 산의 지도였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았습니다."

얘야, 만약 지도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 것 같니? 틀린 지도이지만 길이 그려진 지도가 있었기에 이들 병사들은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단다.

얘야, 너도 항상 네 앞길에 도움이 될 지도 한 장을 항상 가슴에 가꾸렴.

심후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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