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월성초교 '빰빠라 방학교실'
강준기(가명·대구월성초 2년) 군은 방학이지만 매일 오전 8시 30분이면 집을 나서 학교에 간다. 방학 동안 운영되는 '빰빠라 방학교실'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고등학생인 형과 단둘이 생활하고 있는 준기에게 방학은 괴로운 시간이었다. 형이 보충수업 때문에 학교에 가버리면 혼자 집에 남아 밥을 먹어야 했다. 그마저도 거르기 일쑤. 어린 나이에 식사를 챙겨 먹는 일이 쉽지 않은 데다 혼자 먹는 밥맛이 좋을 리 없다. 하지만 이번 방학에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재미있는 특별활동 수업도 받고 식사도 할 수 있게 돼 아주 신이 났다.
이 학교 김영애 복지사는 "수업은 오전 10시가 돼야 시작하지만 학생복지실은 아침 일찍부터 아이들로 붐빈다"고 했다.이번 방학에 월성초교에서 운영하는 '빰빠라 방학교실'은 결식아동을 위해 남부교육청이 특별히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방학 동안의 결식아동 관리는 동사무소와 복지관에서 맡지만 식당 쿠폰이나 주·부식 재료를 주는 정도여서 초등학생들이 식사를 해결하기에는 미흡한 현실을 반영한 것. 또 이곳에서 점심 식사를 하는 학생들 대부분은 월성종합사회복지관 '방과 후 교실'에 참가하기 때문에 하루 종일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50명의 학생들은 오전 10시까지 등교해 요일별로 마련된 전통놀잇감 교실, 과학실험교실, 독서교실, 마술교실, 신체놀이 교실 등의 수업을 들은 뒤 학교 급식실에서 다함께 식사를 한다.
방학이라 급식 조리사도 없는 상황이지만 좋은 취지에 공감한 남부교육청 산하 조리사협회에서 매일 3명씩의 조리사가 자원봉사 형태로 번갈아가며 아이들에게 사랑이 담뿍 담긴 식사를 만들어주고 있다.
배종희 남부교육청 복지 프로그램 조정자는 "시설별로 분리돼 제공하고 있는 복지 서비스를 한데 모아 갈 곳 없는 아이들이 마음 편히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형편이 좋지 않은 학생들끼리 모여 밥을 먹어야 한다는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놀이로 꾸며진 방학교실 프로그램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아이디어는 남부교육청에서 제공했지만 프로그램이 실제 운영되기까지는 여타 기관들의 협조가 컸다. 월성사회복지관에서는 대상자 선정과 대학생 자원봉사자 지원을 통해 도움을 줬고, 달서구청에서는 한 끼당 3천 원씩 책정된 결식아동 지원 예산을 교육청에 지원했다. 또 월성초교에서는 방학 동안 학교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으며, 달서구 자원봉사센터에서도 수업 진행을 돕는 자원봉사자를 파견해 도움을 주고 있다.
이제 프로그램이 운영된 지 2주일 남짓. 처음에는 거부감을 보였던 학생들도 전문 강사로 운영되는 놀이 수업에 맛을 들여 지금은 결석이 거의 없다. 최상진 월성초 교장은 "프로그램 덕분에 방학 동안 일이 많아졌지만 아이들이 식당에서 재잘대는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흐뭇해진다"며 "앞으로 더 많은 학교로 프로그램이 확대돼 결식아동에 대한 지원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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