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금융기관들 中企대출 경쟁

입력 2006-01-16 11:26:44

자금난 숨통 트일까?

새해를 맞아 주요 금융기관들의 중소기업 지원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신년초 때면 관례적으로 나오는 '립 서비스'일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반면, 올해는 예년과 달리 중소기업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8·31 부동산 종합대책 이후 가계대출이 제한되고 있는데다, 대기업들은 유동성이 넘치고 있는 상황이어서 중소기업 대출로 자금운용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각 금융기관의 중소기업 지원책과 실효성을 점검해 본다.

▨쏟아지는 중소기업 지원책

황영기 우리은행장은 올해 초 "중소기업이 보유한 우수한 기술만으로 대출해주는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점장 등 대출 취급자에 대한 면책을 대출약관 규정에 명시적으로 넣는 방안을 금융감독위원회와 논의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물론 이 상품은 외부평가기관 2곳에서 A등급을 받은 혁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출하며, 일정 대출한도를 둘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총 6조 원 규모의 보다 구체적인 '2006년 중소기업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요지는 신용과 기술력만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 기술력평가대출의 업체당 한도를 기존 기설 30억 원, 운영 10억 원에서 시설 50억 원, 운영 20억 원으로 대폭 늘리고, 중소기업이 시설자금을 빌릴 때 적용되는 금리도 지난해보다 최고 1.5% 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펀드' 1조 원을 추가설정하고, 노후설비 개체용 특별시설자금 1천억 원을 설정해 별도 담보 없이 소요자금의 100%까지 지원하기로 한 것도 획기적이다.

강권석 기업은행장은 오는 19일 대구를 방문, 지역 CEO들에게 중소기업 지원사업 등에 대한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강 은행장 역시 "기술력평가대출과 신용대출을 늘려 성장성과 기술력이 뛰어나지만 은행으로부터 외면받는 기업을 적극 끌어안겠다"는 방침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들의 적극적 공세에 맞서 대구은행은 올해 초부터 지역 중소기업을 위한 'DGB 파워 론'대출을 시작했다. 자금 규모는 지난해 지원액보다 1천억 원 증가한 3천억 원으로 설정했으며, 영업점장의 금리감면권과 전결권을 대폭 강화했다. 파워 론 대출은 금리상승기인 점을 고려, 시장금리가 오를 때는 초기 약정금리가 최장 2년간 고정되고 시장금리가 내릴 때는 대출금리가 떨어지도록 설계해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중소기업 자금난 숨통 트일까

지역 중소기업들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금융기관들의 연초 지원약속이 그대로 지켜진 적이 없는 탓이다.

지난해 초 금융권은 모두 32조 원의 신규 중소기업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실제 집행된 금액은 12조 원 수준이고, 중소기업 대출 규모를 26조 원까지 늘리겠다고 했던 2004년에도 8조 원이 증가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풍부한 유동성을 가진 대기업의 추가대출이 어려워진 데다, 그동안 주수입원이었던 가계·부동산담보대출마저 규제되면서 금융권이 중소기업 대출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은 예년과 다른 점이다.

기업은행 대구경북본부 이창용 팀장은 "연초부터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세일에 적극 나서고 있다"면서 "하지만 공장을 신·증설하거나 시설투자를 하는 지역기업이 적어 대출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하춘수 대구은행 부행장(기업영업본부장)은 "시중은행을 포함한 금융권이 중소기업 지원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부실기업을 지원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이 뛰어난 자동차부품 및 모바일·디스플레이 관련 업체를 중심으로 대출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금융 전문가들도 "로컬 디스카운트(지방기업이라는 이유로 홀대받는 현상)로 인해 수도권 중소기업만 혜택을 받고 지역기업들이 상대적 피해를 보는 사례가 없어야 한다"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권의 대출경쟁은 중소기업 내에서도 업종 간 업체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더욱 가속화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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