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자존심

입력 2006-01-13 08:56:56

아침에 일어나면 신문을 잡는 게 습관이었습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신문을 읽는 것이 무척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신문을 읽으려면 동공(瞳孔)을 재바르게 움직여야 하는데, 잠자는 동안 오래 감고 있던 눈을 갑자기 작동시키는 일이 쉽지 않게 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십대 초반 내지 중반이 되면 눈이 어두워지고 잔글씨를 잘 읽지 못하게 된다고 합니다. 흔히 말하는 노안(老眼)이라는 것이겠지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신체적 기능이 그 전보다는 훨씬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특히 눈이 그러한 것도 그런 현상 중의 하나입니다. 신문의 활자가 적어서 눈을 비빌 때가 많고 의약품을 새로 구입하였을 때 그 안에 들어있는 설명서의 아주 작은 글씨에 당황스러울 때가 많이 있습니다.

노안이 오면 안경을 장만하든지 혹은 안경을 낀 사람이라도 안경을 벗고 글자를 눈 가까이 당겨서 읽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세월 따라 몸이 늙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이를 더디게 할 수 있는 방법도 없지 않을 것입니다.

의학적 처방도 있지만 적당한 운동을 꾸준하게 하면서 맑고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저는 지금 잔글씨를 볼 때 차라리 눈에서 멀리하여 보는 한이 있어도 가능하면 안경을 벗지 않습니다.

시력에 관해서는 아직은 젊다는 생각만이라도 유지하고픈 심정이겠지요. 그러나 단 하나, 손톱을 깎을 때는 과감하게 안경을 벗습니다. 자존심 내세워 안경을 끼고 손톱을 깎았다가는 손톱 모양이 들쭉날쭉하게 되기가 일쑤이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자존심 한 번 버리고 손톱 정리를 하고서는 남들 앞에 나섰을 때 손톱 때문에 창피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지요. 아무리 스스로는 아직 시력이 괜찮다고 생각을 해도 노안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당연한 일로 받아들일 수밖에요. 제 자신의 고집이나 주관도 노안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눈이 세월 따라 늙듯이 고정관념도 시대에 따라 적당히 변하면서 살아야 때로는 낭패를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손톱 깎을 때 구태여 안경을 끼려는 자존심을 버리듯이 말입니다.

신태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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