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세계경제포럼이 오는 1월 25일 스위스의 다보스에서 열릴 예정이다. 인구가 1만3천 명도 안 되는 스위스의 조그만 산간 도시에 올해도 천 명에 가까운 전 세계의 주요 경제 지도자들과 정치'사회 지도자들이 함께 모여 지구촌 주민회의를 열 것이다.
작년의 지구촌 주민회의에서는 14개의 대주제를 놓고 수십 번의 즉석 전자투표 방식에 의해 우선 순위를 가려나가면서 6대 주제를 최종선정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상위를 차지한 주관심 주제가 빈곤, 양극화 없는 세계화, 기후변화, 교육 등 4가지의 사회적 내지는 환경적 주제였고, 그 뒤를 지구적 관리체제와 중동문제가 차지했었다.
우리나라 경제인들의 모임에서는 좀처럼 공식 화제로 선택될 수 없는 그런 주제들이었다. 영하 15도를 오르내리는 혹한의 날씨였지만. 임시 회의 장소로 이용되고 있는 10여 개의 크고 작은 호텔들을 이른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오가며 열심히 토론에 참여하는 세계적 지도자들의 모습은 정말 듬직하였다. 5일 내내 쉬지 않고 열심히 토론에 참석하여도 200여 개 분산 개최되고 있는 세션 중 30여 개 정도에 직접 참석할 수 있는 것이 고작이었지만, 6대 주요 과제 중 본인이 선택한 2개 관련 세션들은 거의 모두 들을 수 있는 것이 좋았다. 내가 주로 참여한 세션들은 양극화 없는 세계화와 기후변화에 관련한 것들이었기 때문이었는지 2004년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케냐의 여성 및 그린벨트 운동가 왕가리 여사와 자주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세계 최고의 부호이자 세계 최대 기부자이기도 한 젊은 기업인 빌 게이츠가 다보스 회의를 창립한 노익장 클라우스 슈밥 교수와 함께 공동 의장을 맡으며, 세계경제포럼을 사회 친화적, 환경 친화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부럽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했다.
또 한쪽에서는, 60여 명의 세계적 대기업 회장들이 자국에서의 반부패 투명화 노력을 열심히 설명하면서 공동 서명 내용을 공개하고 있었는데, 세계가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지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올해 2006년도의 주요 주제 중의 하나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채택될 듯하다. 2000년 7월 유엔이 주도하여 글로벌 컴팩트 운동이 시작된 이래 5년여 만에 반부패, 인권, 노동, 환경, 교육 등 주요 영역에서 기업이 반드시 지켜야 할 사회적 책임을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매우 엄격한 기업회계'투자보호법(SOX)을 2002년 제정 실시하고 있고, 세계표준화기구(ISO)가 2008년 제정을 목표로 사회적 책임에 대한 표준가이드라인을 ISO 26000 체제로 명명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대기업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 보고서 발간을 통해서, 기업의 경제적 성과와 함께 사회적 성과와 환경적 성과를 함께 관심 갖고, 그 결과를 이해당사자 모두와 공유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늦었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내친 김에 기업이 가지고 있던 엑스파일(X-File)들을 다 열어 보이고, 과거를 솔직히 고백하고 청산해야 한다. 우리의 기업들을 진정한 자유기업, 미래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 새로운 성장엔진을 달고, 밝고 깨끗한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나아가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우리 기업과 기업인들이 진정 신뢰받고, 존경받을 수 있는 기회, 우리의 기업들이 100년을 넘어 지속가능한 장수기업들이 될 수 있는 기회, 우리나라가 진정 살맛나는 나라가 되고, 세계 초일류 선진국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와 있는 것이다.
문국현 유한킴벌리 대표이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