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선거 시즌이 돌아왔다. 시장'지사에서부터 구청장의 예측이 화젯거리다. 지방의원들에게도 보수를 지급한다는 계획 덕택에 시'도 의원과 시'군'구 의회 선거 구도 역시 예전과 다르다. 고향 단체장 대열에 잘난 사람들의 발길이 몰리고 마을 골목에서 힘깨나 쓴다는 사람들도 지명과 추천을 바라며 선거 행렬에서 낙오되지 않으려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원론적인 설명이 없더라도 지방 선거는 대통령'국회의원 선거 못잖게 중요하다. 단체장은 지역의 얼굴이다. 고향 살림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 살림살이도 바뀔 수 있고 주민들의 고향 의식도 달라진다.
지방 선거가 다시 시작된 이후 대구'경북은 나라 안 무게 중심에서 멀어져 왔다. 잘나가던 지역 사람들의 낙마가 이어졌고 박정희'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진 지역 출신 대통령은 공보다 잘못이 부각됐다. 중앙 정치의 핵심에서 밀려나면서 지역 단체장의 어깨에도 힘이 실리지 않았다. 전국 단체장의 서열을 매길 때도 앞순위는 차지할 수 없었다. 정치 구도의 변화 때문이었다.
단체장들도 정치 구도의 변화를 이기지 못했다. 지역을 외면하고 홀대하는 중앙 정치권을 설득하지 못했다. 내 편을 만드는 일도 실패했다. 산업 구조 변화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어쨌든 대구'경북의 살림살이는 쪼그라졌다.
대구'경북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도 냉담해졌다. 의리와 패기의 지역이 아니라 '보수 꼴통의 해방구'로 보는 인식마저 생겨났다. 지역도 다른 곳을 포용하지 않았다. 나와 다른 것에대한 가치를 외면했다. 다르면서도 화합하는 여유를 애써 외면했다.
2006년 오늘 대구'경북의 상황은 쉽지 않다. 먹고살기 어렵다는 게 공통된 말이다. 교육 도시라면서도 지역의 학교들은 일류 대열에서 멀어졌고 섬유를 비롯, 기반산업의 경쟁력도 떨어졌다. 다른 지역 사람들과 경쟁해야 하는 공무원, 국영기업, 대기업 사람들은 고향 탓에 물먹는 일이 많다고들 하소연한다. 고생을 해 봐야 한다는 자포자기식 넋두리까지 나온다.
체념으로부터의 탈출은 당장 먹고사는 일보다 급하다. 소외되고 낙오된다는 생각은 고립을 부채질한다. 나를 인정하지 않는 남도 인정해 주기 싫은 건 당연지사다.
미국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존 F 케네디는 희망의 상징이다. 미국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으로 임기조차 채우지 못한 케네디였지만 미국인의 용기와 희망의 상징으로 남았다. 핵 전쟁의 위험을 무릅쓰고 소련과 담판, 새 질서를 만들었다. 빵보다는 우주 개척의 꿈을 국민에게 선사하며 미국인의 자긍심을 심어줬다. 그러면서도 다양한 세계를 이해했다.
박정희 시절의 '하면 된다'는 구호는 지금 대구'경북에 필요한 화두일지도 모른다. 하면 된다는 미래에의 희망을 전제로 한다. 그 희망은 꿈에서 출발한다.
대구'경북의 단체장은 바로 이 꿈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당장 살림살이를 살 찌우는 일도 시급하지만 주민들에게 대구'경북 사람으로서 희망과 자긍심을 갖게 해야 한다. 자긍심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단체장의 과거 이력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높은 자리에 있었는가는 내일의 희망과 별개다. 단체장은 잘난 사람들의 새로운 일자리가 아니다. 대구시장, 경북지사를 비롯, 시장 군수 구청장은 그를 선택한 사람들의 길잡이다. 용기와 신념의 향도는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 그 용기와 신념은 나를 외면하는 세상마저 녹일 수 있는 넉넉한 가슴에서 나온다.
성공한 기업의 경영자나 정부 요직의 경험자도 물론 좋다. 그러나 대구'경북의 단체장은 굳이 잘난 사람 아니라도 괜찮다. 새로운 내일을 만들겠다는 꿈과 희망을 안겨줄 수 있다면 고향을 사랑하는 사람 누구라도 된다. 젊지 않으면 어떤가. 꿈은 젊은이에게만 있는 게 아니고 화려한 이력에 있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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