病 주고 藥 주는 사행성 오락 근절 대책

입력 2006-01-12 11:5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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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산업 육성의 사생아' 사행성 오락기에 대한 규제 대책이 나왔다. 전 국토를 도박장화해 서민 생활을 파탄으로 몰아넣은 뒤 나온 대책이다. 하지만 주택가까지 독버섯처럼 퍼진 수만 개의 불법 성인 오락실이 근절될지는 의문이다. 정부가 병(病) 주고 약(藥) 주는 정책을 반복한 데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성인 오락실의 사행성 오락기에 대한 폐해는 잇따라 지적됐다. 오락실 출입 한 달 만에 수천만 원의 빚을 진 사람이 수두룩하고 신용불량자 양산의 주범으로 꼽혔다. 특히 지난해 8월 문화관광부가 경품용 상품권 지정 제도를 도입해 상품권을 카지노의 칩처럼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면서 성인 오락실 영업은 날개를 달았다. 성인 오락실에서 유통되는 상품권 물량만 약 12조 원어치로 추정된다고 한다. 극심한 양극화로 인해 일확천금을 노리는 서민층이 늘어나는 판에 정부가 앞장서 가난한 사람들을 더욱 가난하게 만든 것이다.

검찰과 경찰의 특별 단속에도 불구하고 사행성 오락기가 근절되지 않자, 정부는 어제 사행성 게임 유통을 전면 금지하고 심야 영업을 제한하는 '불법 사행성 게임장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게임 산업 진흥은 필요하지만 사행성을 조장하는 불법 행위는 철저히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수시로 영업장을 옮기는 성인 오락실의 영업 행태로 미뤄 단속이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다. 정부가 어떤 엄포를 놓더라도 성인 오락실 시장은 3개월만 지나면 안정된다는 업계의 얘기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문화부는 '사행성 게임 대책팀'을 구성해 근절 대책 추진 실태를 수시로 점검한다고 한다. 하지만 병(病) 주고 약(藥) 주는 대책 폐기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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