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11일 사장단 이동을 최소화하는 한편 임원 승진은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는 내용의 정기 인사를 단행했다. 이건희 회장이 4개월 이상 장기 해외체류 중인 가운데 단행된 이번 인사에서 삼성전자 디지털 프린팅사업부의 박종우 부사장이 같은 사업부의 사장으로, 삼성물산전략기획실 지성하 부사장이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으로 각각 승진했고, 삼성서울병원 이해진 부사장은 신설된 삼성자원봉사단장(사장급)으로 승진, 전보됐다. 이해진 사장은 이해찬 총리의 친형이다.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 교체는 이 업체가 지난해 홍콩 선물투자에서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데 따른 문책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을 제외한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 SDI 등 주요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사장단에는 이동이 없었다.
그룹 구조조정본부에서도 팀장급 이상의 승진 또는 전보가 없었으며 이번에 승진될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됐던 이 회장의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도 인사대상에서 제외됐다.
삼성은 사장단 이동을 최소화한 배경에 대해 "대내외 경영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경영의 일관성과 조직의 안정,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 대과없이 각사 경영을 이끌어온 현 사장단 진용을 유지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사장단 인사와 함께 단행한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의 455명과 비슷한 수준인 452명의 임원을 승진시켰다. 직위별 승진자는 ▷부사장 15명 ▷전무 85명▷상무 145명 ▷상무보 207명 등이다.
삼성은 환율하락 등 어려운 경영여건 아래서도 주요 계열사들이 뛰어난 경영성과를 올린 점을 감안해 '성과있는 곳에 승진있다'는 인사원칙을 반영했다고 대폭 승진의 배경을 설명했다.
승진자들 가운데는 기술직군 임원이 199명으로 44%를 차지해 삼성의 '기술중시' 전략을 반영했다. 특히 기술직 신임임원의 승진자는 99명으로 전체 신임임원의 48%를 차지했다. 또 삼성전자 미국법인의 피터 위드폴드 부장이 상무보로 승진함으로써 5년 연속 외국인이 정규임원으로 승진하는 기록을 이어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