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탈당 카드' 과연 접었나

입력 2006-01-12 09:5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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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만찬 발언' 파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1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만찬 간담회를 통해 탈당 문제에 대해 언급, 정치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만찬 참석자들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당·청관계를 고부(姑婦) 관계에 비유, "고부간에 아무리 사랑하더라도 가까이 있으면 감정만 악화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차라리 떨어져 사는 게 낫지 않느냐"고 말해 탈당가능성을 시사했다.

또한 "당은 정권 재창출이 지상 목표인 반면, 나는 5년 단임 대통령으로 국정과제를 제대로 수행할 역사적 의무가 있는데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다"며 "김영삼·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도 임기말에 그런 고민을 하다가 결국 탈당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만찬에 배석했던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지금 탈당을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며 "지난해 대연정 제안 당시 얘기를 꺼냈다가 당에서 반대가 워낙 심해 끝난 일이 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참석자들의 전반적인 기류는 노 대통령이 탈당할 수 있다는 쪽으로 쏠려 있다. 노 대통령도 "지방선거 이후 다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노 대통령은 탈당 카드를 접은 게 아니고 상황에 따라 언제든 활용할 수 있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때문에 연두 기자회견 등에서 일절 거론하지 않을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이 거듭 공언해온 '깜짝 놀랄만한 발언'의 향배에도 다시 이목이 쏠린다. 정치권에서는 지난해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한 이후부터 대통령 탈당, 거국내각 구성, 정계 개편 등과 관련된 노 대통령의 발언 가능성에 촉각을 세워왔다.

물론 이 같은 노 대통령의 발언이 가시화한 데에는 대통령 고유권한인 개각에 대해 여당 쪽에서 강력 반발하고 있는 상황도 작용한 듯하다. 때문에 유시민 의원의 장관 기용을 강행한 것과 관련, 노 대통령이 당내에 개혁성향의 친노(親盧)파를 결집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결국 당장에는 가시화할 가능성이 적지만 바닥권에 처해 있는 여당의 지지도가 2월 전당대회와 지방선거를 거치면서도 변화가 없다면 모종의 정치적 승부수를 던질 개연성은 상존하고 있는 셈이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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