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어머니와 효(孝)축제

입력 2006-01-12 08:4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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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정말 오랜만에 연로하신 어머니의 손을 잡고 편안한 잠을 잤다. 어머니께서 토사곽란으로 편찮으시다는 연락을 받고 수액제를 챙겨 급히 달려가 보니 탈수와 전해질 부족으로 창백한 얼굴로 누워 계셨다.

아들이 의사인데도 건강을 잘 돌보지 못한 죄책감과 함께 늘 바쁘다는 핑계로 어머니의 존재를 잊고 있었음을 자책했다. 급히 응급조치를 하고 잠든 어머니의 손을 잡고 그 옆에 가만히 누우니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어머니는 생활고와 가부장적 지아비 밑에서 힘들게 가정을 꾸려오셨다. 비록 가난했지만 오늘보다 내일은 나아질 것이라는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하셨다. 어머니께서는 특별한 가르침은 없었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인자한 모습으로 미소 지으며 무언으로 사랑을 주셨고, 힘든 과정을 겪고 있을 때면 말없이 뒤에서 힘이 되어 주셨다.

그 덕분에 나는 천방지축 뛰어다니며 자연과 더불어 맑고 밝게 성장할 수 있었고, 서로 양보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삶의 가치들도 터득할 수 있었다. 어머니란 존재는 아무리 퍼내어도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나를 지켜주는 수호신이었다.

어머니의 존재는 곧 자신의 정체성과도 직결된다. 최근 물질 만능주의와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인해 어머니상도 조금 변했다. 그에 따라 어머니에 대한 효심(孝心)도 많이 퇴색된 것 같아 안타깝다.

효 사상은 좁게는 가족간의 사랑을 되찾게 해 주고, 넓게는 이 사회를 밝고 건강하게 해 주는 정신적 구심점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과 희생, 자애로움으로 상징되는 어머니의 모습을 되찾고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효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효축제를 벌이면 어떨까.

다행히 수성구에는 모성애를 담고 있는 고모령이 있다. 홀어머니와 어린 삼 남매의 이야기가 전하는 고모령 전설을 가수 현인은 '비 내리는 고모령'으로 노래 부르기도 했다. 우리 민족의 오랜 정신적 근간이 되고 있는 효 정신을 되살리기 위한 문화축제가 고모령을 중심으로 승화되었으면 한다.

류형우 수성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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