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팀의 논문조작 사실을 밝혀낸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최종조사결과를 발표한 뒤 근 한 달 동안 진행된 조사활동에서 겪은 뒷얘기를 일부 소개했다. 조사위원들은 "황 교수팀의 실험 데이터 관리가 너무 허술해 도저히 제대로 된 실험실이라고 믿기 힘들었다"는 얘기와 함께 황 교수의 거듭된 '말 바꾸기'에 실망감도 토로하기도 했다.
◇'과학적 호기심'에서 1번 줄기세포 규명=한 조사위원은 "정체불명이었던 1번 줄기세포의 정체가 규명된 것은 순전히 위원들의 과학적 호기심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조사 과정에서 1번 줄기세포 관련 논문 데이터가 날조됐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된 상태였으나 1번 줄기세포가 국내외에 알려진 수정란 줄기세포들과 DNA 지문이 일치하지 않아 정체가 도대체 뭔지 알 수 없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때 한 조사위원이 '궁금하지 않으냐'며 정체를 규명해 보자고 제안했는데 일각에선 '이미 데이터가 가짜라는 사실을 밝혔으면 우리 임무는 다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결국 모두 과학자로서의 호기심에 이끌려 정체 규명에 나서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9명에서 8명으로 준 조사위=당초 서울대 조사위는 정명희 위원장을 포함해 총 9명으로 구성됐으나 위촉됐던 수의대 A교수가 사퇴해 8명으로 줄었다. A교수가 사퇴한 것은 황 교수와 같은 수의대 교수로서 조사위 참여에 여러모로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한 조사위원은 전했다.
다른 조사위원은 이달 초부터 위원 명단이 인터넷을 통해 유출된 데 대해 "황 교수 측이 명단 공개를 통해 부담을 주려고 했던 것 같다"며 "우리(조사위)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괜찮지만 외부 자문위원 8명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처녀생식' 가치 몰랐던 황교수팀=처녀생식에 의한 줄기세포 확립도 학계에선 주목할 만한 내용인데도 정작 이를 경험한 황 교수팀은 이에 대한 학문적 가치를 몰랐던 사실도 눈길을 끌 만한 대목이다. 조사위 일부 관계자는 미국의 호세 시벨리 박사팀이 만든 처녀생식 원숭이 줄기세포가 2002년 사이언스에 게재된 사실을 소개하면서 "황 교수팀의 인간 난자 처녀생식 사례는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평가했다. 한 조사위원은 "인간난자 처녀생식 사례는 초유의 일"이라며 "황 교수팀이 데이터를 조작하지 않고 1번 줄기세포를 제대로 연구했다면 처녀생식 줄기세포만으로도네이처, 사이언스 등 유명 저널에 아무런 문제없이 실렸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부분 조사 협조…黃교수는 '언론플레이'=황 교수 등 관련자들은 조사를 받으면서 대체로 협조적인 태도를 취했으나 황 교수는 거듭된 '말 바꾸기'와 '언론플레이' 등으로 조사위를 실망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위원들은 "관련자들은 대체로 조사에 협조적인 자세로 임했다"며 "그러나 황 교수는 조사 때마다 말을 계속 바꾸면서 언론플레이까지 하며 여론을 자기 쪽으로 돌리려고 해 믿기 어렵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황 교수가 '나는 몰랐다'며 김선종, 박종혁 연구원들을 '바꿔치기' 주역으로 공개 지목하며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 모습을 보고서는 조사위원들이 인간적 실망감까지 느꼈다는 것.
한 조사위원은 "처음에는 방송사 등 메이저 언론사를 통해 언론플레이를 하더니 나중에는 종교언론, 지방신문을 이용하는 것을 보고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며 "조사위의 주요 발표가 있기 전 '물타기'를 하려는 의도였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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