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美·EU '核 대치' 심화

이란 핵시설 봉인 제거-"철회 않으면 안보리 회부 불가피" 맞서

이란이 핵시설 봉인을 제거하고 핵연료연구활동을 재개하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이란 핵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부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하는 등 양측이 정면 대치로 치닫고 있다. 모하마드 사에디 이란 원자력에너지기구 부대표는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들의 승인 아래 나탄즈의 핵시설에서 핵연구 관련 시설의 봉인 일부를 제거하고 연구시설을 가동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연구영역에 국한된 것"이라고 자신들의 활동이 핵무기 제조와 관련된 우라늄 농축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란 핵문제에 대해 가장 강경한 입장을 유지해 온 미국은 물론 협상론을 견지해 온 EU도 강하게 반발하며 이란이 핵연구 활동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안보리 회부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특히 영국과 프랑스, 독일은 12일 긴급 외무장관 회의를 갖고 이란 핵문제에 대한 안보리 회부 문제를 중심으로 한 대응책을 논의키로 했다. 회의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미국과 유럽연합 모두 이란에 대한 무력사용은 일단 검토하지 않기로 했다.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이란의 행동과 관련, "이는 국제적으로 고려해야 할 심각한 잘못이다. 상당히 우려된다"고 지적하고 12일 자신과 프랑스, 독일 외무장관이 만나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는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 외교정책 대표도 참석한다.

스트로 장관은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은 명백하다. 안보리 회부가 가장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 문제는 평화적 방법과 외교적 협상 및 다른 압력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고 말해 군사적 행동 가능성은 배제했다. 스콧 매클렐런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이란의 핵시설 봉인제거에 대해 "핵우려를 심각하게 확산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란이 국제적인 의무를 위반한다면 유엔안보리 회부 이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이 문제를 평화적, 외교적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란과 이라크는 다르다고 말한 바 있다"고 이란에 대한 무력공격 가능성은 배제했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도 자신과 국제사회의 인내심이 바닥에 도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도 "깊이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러시아도 외무부 성명에서 "이란의 계획에 대한 최근 정보와 관련, 우려를 표시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이란과 EU 간의 협상재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에 망명 중인 이란 반(反)체제 인사인 알리레자 자파르자데는 이날, 이란이 5천 개의 원심분리기를 비밀리에 나탄즈 지하시설에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란 내 반정부 인사 및 이란 핵프로그램 관계자로부터 확보한 내용이라면서 5천 개의 원심분리기가 이란의 핵시설이 봉인된 동안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테헤란·런던·워싱턴AP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