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지 2년도 안돼 철거...멀쩡한 아파트까지

입력 2006-01-11 10:39:56

민간 사업자 사들여 개발 나서면 규제도 못해

"최근에 지은 새 아파트가 어디로 사라졌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있었는데…"

10일 오전 대구 수성구 수성3가동.지난 2004년 2월 말 완공된 ㄷ아파트는 지난달 28일 철거됐다. 19가구가 살고 있던 10층짜리 아파트가 지은 지 2년도 안 돼 사라진 것.

한 민간 아파트 사업자가 이 일대를 아파트 대단지로 개발하면서 ㄷ아파트까지 몽땅 사들였다. 그리고 ㄷ아파트는 콘크리트 잔해만 남겨두고 태어난 지 2년 만에 사라졌다.공사 현장에서 만난 한 인부는 "일대 다른 주택들은 모두 20~30년 된 낡은 건물이었지만, ㄷ아파트는 외벽 도장도 한 군데 벗겨지지 않은 깨끗한 새 아파트였다"고 전했다.

대구수성구청 관계자는 "지난 2000년 이후 재개발·재건축 등 대단위 개발붐이 일면서 생긴 새로운 현상"이라며 "등기부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아파트를 헐겠다는 사례가 자꾸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성구청에 따르면 재개발·재건축이나 주거환경 개선지구로 지정된 부지의 경우 건물의 노후 불량률이 적정선을 넘어야 개발할 수 있다는 규제조항이 있지만, 민영사업자가 아파트 개발에 나서면 새 건물이라도 철거 규제가 없다는 것.

구청 관계자는 "지은 지 얼마 안 된 아파트를 철거하는 것은 자원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닌 만큼 법적 검토를 건설교통부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했다.ㄷ아파트가 포함된 수성 3가동 6천300여 평 부지에 300여 가구가 입주할 아파트 건설사업을 하고 있는 시행사 측은 "사업부지에 이런 신축건물이 있으면 다른 노후 주택보다 더 높은 가격을 쳐줘야 하기 때문에 우리도 힘이 들지만 새 건물 때문에 법적으로 개발이 제한될 경우 주변 다른 주민들의 개발욕구에 또 다른 피해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사진: 지은지 수년도 채 안된 새 아파트가 다른 아파트 신축을 위해 철거가 되는 사례가 적잖이 발생하면서 자원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등기부등본 잉크도 마르기 전에 무너져내린 대구 수성구 수성3가동의 아파트 철거 현장.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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