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외모만큼 판이한 성격을 가진 두 자매의 갈등과 사랑을 다룬 따뜻한 영화 '당신이 그녀라면'이 12일 개봉된다. 매기(카메론 디아즈)는 타고난 미모를, 로즈(토니 콜레트)는 뛰어난 두뇌를 가진 자매. 하지만 이 둘은 늘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열등감을 안고 살아간다.
동생 매기는 백만 불짜리 몸매를 타고났지만 글자를 제대로 읽을 수 없을 정도로 지적 능력에 문제가 많을 뿐더러 직업도 없이 성적 매력을 이용해 모든 일을 해결하려는 사고뭉치다. 반면 언니 로즈는 잘나가는 변호사로, 성실한 데다 경제적 능력까지 갖췄지만 펑퍼짐한 몸매와 왕성한 식욕 때문에 고민한다.
이들이 이렇게 열등감을 갖게 된 이유는 새엄마가 성장기의 이들에게 정신적으로 열등감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친엄마가 죽은 뒤 아버지와 결혼한 새엄마는 매기에게는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열등감을, 로즈에게는 몸매를 조롱하는 말로 열등감을 심어줬다. 아내의 죽음으로 힘겨워하던 아버지는 자매들을 새엄마로부터 보호해주지 못했다. 이처럼 남다른 성장과정을 통해 아픔을 간직하게 된 이들 자매는 각별한 우애로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준다.
평소 언니 로즈는 사고뭉치 매기의 사고 뒤처리를 해주며 우애 있게 지냈지만 이들의 평온한 일상을 깨는 사건이 발생한다. 바람둥이 매기가 언니 로즈의 남자친구와 하룻밤을 보내게 된 것. 이 사실을 알게 된 로즈는 도저히 매기를 용서할 수 없게 된다.
매기는 로즈의 집에서 쫓겨나게 되고 갈 곳을 찾던 끝에 돌아가신 줄만 알았던 외할머니 엘라(셜리 맥클레인)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외할머니와 아버지는 엄마의 죽음 이후 서로에 대한 원망과 반목으로 관계가 끊어졌고, 그래서 매기와 로즈도 외할머니의 존재를 잊고 있었던 것. 매기는 실버타운에 혼자 사는 외할머니를 찾아가고, 외할머니는 제멋대로인 매기에게 무조건적인 지지와 사랑을 보낸다. 매기 역시 외할머니의 품에서 오랜만에 평화를 느낀다.
외할머니의 사랑은 두 손녀딸이 화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며 단절된 가족 간 상처를 어루만져준다. 하지만 이 영화의 미덕은 외할머니의 사랑으로 가족의 모든 갈등이 해결된다는 전형성을 버린 데에 있다. 매기와 로즈, 아버지와 외할머니는 각자의 상황에 맞게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희망을 가꿔 나간다.
매기는 할머니의 지지에 용기를 얻어 자신감을 회복하고 자신만의 미래를 설계해 나가고 로즈는 열등감을 극복하고 진실한 사랑을 찾아간다. 아버지와 외할머니는 매기와 로즈의 도움으로 아내와 딸을 죽음으로 몰고갔다는 자책감에서 벗어나면서 가족들은 화해와 용서로 다시 하나가 된다.
'요람을 흔드는 손', '8마일'을 감독한 커티스 헨슨이 3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기존 로맨틱 코미디와는 조금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미국 개봉 당시 '평범한 영화로 시작해 특별한 작품으로 변신한다', '센티멘털리티의 수렁에 빠지지 않는다'는 호평을 받은 바 있다. 130분. 15세 관람가.
최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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