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간부가 농민사망에 책임을 지고 경찰청장이 사퇴하는 등 경찰의 일방적인 '책임론'에 항의하는 의미로 자신의 경찰 모자를 소포로 대통령에게 보냈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본청 소속 유모(37) 경감이 최근 자신이 승진했을때 받았다는 경찰 모자를 소포로 청와대 노무현 대통령 앞으로 보냈다.
유 경감은 소포를 보낸 뒤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이런 사실을 공개하며 "정당성이 훼손된 공권력이 어떻게 당당히 범죄 앞에 설 수 있느냐. 이번 사건으로 경찰은 서있는 발판을 잃었다"며 "제복을 입은 사람의 명예의 상징인 모자를 국민(대통령)에게 돌려드린다"고 이유를 밝혔다.
유 경감은 이 글에서 "사회는 제가 대원에게 요구한 행동을 '폭력'이라고 하고정치권은 경찰청장 사임이라는 형식으로 우리를 폭력배로 낙인찍었다"며 "시위대의행동과 관계없이 경찰만 잘못이라고 하면 공권력이 설 자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권력은 특별히 냉정하고 무겁게 다뤄야 하지만 이는 시위현장에서 멀리떨어졌을 때 얘기"라며 "시위대의 생명도 중요하지만 당장 나와 동료, 동생같은 대원들의 생명이 걸려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시위현장에서 냉정하고 침착하려고 했지만 (경찰도) 기계가 아니며 스무 살 남짓의 대원들은 더더욱 사회적 판단이 미숙한 젊은이일 뿐"이라며 "방패로시위대를 찍는 것은 공격이 아니라 두려움때문에 시위대가 다가오지 못하게 하려는처절한 몸부림"이라고 적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유 경감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하지 못했으며 모자를 소포로 부친 것은 확인됐다"며 "자체 조사를 통해 경위와 사후조치를 결정할 것"이라고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 경감이 자신이 현재 시위진압 임무를 맡지 않고 있고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못했다고 판단, 인터넷 사이트에 글 삭제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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