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포럼-대구경북은 '하나'다

입력 2006-01-10 11:51:16

1인당 지역총생산(GRDP) 994만 원. 2004년 대구 경제에 대한 성적표다. 십 수년째 16개 광역자치단체 중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15위와의 격차가 커지는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인당 소비는 늘 전국 3위를 유지한다. 매년 꼴찌 소득에 최상위권 수준의 소비, 부자는 망해도 삼대를 가기 때문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대구가 그만큼 부자지 않았을 뿐더러 대구시민 모두가 부자일 리는 더더욱 아닌 까닭이다.

그렇다면 이 퍼즐을 어떻게 풀어야 하나. 가까이는 구미, 경산, 칠곡 등으로부터, 조금 멀리는 포항, 안동 등 경북 일원에서 창출된 소득이 대구에서 소비되는 데 연유한다. 한 해 구미에서 유입되는 소득만도 2조~3조 원으로 추정된다. 대구 GRDP의 1할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그렇다고 대구만 일방적으로 덕 보는 것은 아니다. 대구가 없었다면 지난해 구미공단의 수출 300억 달러 돌파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대구가 고급 기술 인력들에게 양호한 정주(定住)여건을 제공하였기에, 이들이 기술개발과 첨단제품 생산에 진력할 수 있었음은 자명한 이치이다.

이처럼 경제 현실은 대구경북이 상호 의존적이고 보완적일진대, 그간 우리 지역이 보인 행태는 어떠하였던가. 양자가 서로의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한 영역에만 집착해 온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리 지역 대표 음식인 '따로국밥'을 즐겨 먹기 때문일까.

대구는 기업 유치를 위해 산업단지 조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경북, 특히 구미에 있던 기업을 대구로 유치하는데 그친다면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격이 된다. 이 경우 대구경북 전체 경제가 부실을 면할 수 없게 된다. 광역 대중교통망도 마찬가지다. 지하철 1호선은 처음부터 하양까지 건설되어야 했고, 경산 등 인근 시'군과의 버스 시스템도 진작 통합 운영되었어야 했다. 지하철 2호선의 경산 연장은 뒤늦었으나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대구경북이 하나로 뭉쳐야만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경제 환경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이른바 세계화, 지방화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였다. 우루과이라운드(UR), 도하개발어젠다(DDA),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대표되는 세계화란 경제와 사회적 국경의 전면 개방을 의미한다. 세계화 시대에는 1등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그것도 국가가 아니라 지역 단위로 경쟁해야 한다. 그러자면 인근 지방 간 협력이 불가피해진다. 서로 간의 경쟁우위요소를 결합해야만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지방화인 셈이다.

더욱이 경제는 지식기반구조로 전환되었다.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상품이 속속 출시되는가 하면, 제품의 수명주기가 급속하게 짧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주종 수출품목인 반도체 용량은 매 3년마다 네 배씩 늘어난다. 이러한 '무어의 법칙'이 철저히 적용되는 상황에서는 첨단 생산기술뿐만 아니라 기술개발 능력과 고급 기술인력 확보가 경쟁력의 핵심요소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경북의 하드웨어와 대구의 소프트웨어가 효율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는 것은 생존을 위한 필수요건이다.

경제통합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중국의 베이징과 텐진이 통합을 추진하고 있고, 일본에서도 나고야시와 주변의 아이치현이 이미 단일경제권으로 운용되고 있다. 세계화와 지식기반경제 시대에서 지역이 살아남기 위한 전략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경제통합이 1+1=2와 같이 단순한 합산이 아니라 3도 4도 될 수 있는 앤드 플러스(&+)이기 때문이다. 즉,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낙후된 우리 지역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대구와 경북의 공동정책 운용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필자가 근무하는 대구경북연구원은 '대구경북의 공동 번영 방안'을 올해 중점 연구과제로 선정, 연구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우리 지역의 모든 주체들이 이제부터라도 '따로국밥'은 음식으로만 즐겼으면 한다.

김준한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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