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편지-논술고사 두려워 말자

입력 2006-01-10 10:2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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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대학별 전형이 시작되면서 논술고사를 치르는 대학들에 눈길이 모이고 있다. 어떤 제시문이 주어지고, 어떤 형태의 답안을 요구하는지에 대한 관심은 올해 수험생보다 오히려 예비 수험생인 고교 1, 2학년생들이 더 높다. 특히 논술이나 심층면접 등 대학별 고사가 확대·강화될 것으로 보이는 2008학년도 이후에 수험생이 되는 고교 1학년생이나 예비 고1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생각 이상이다. 논술고사 반영 비율이 전체 전형 총점의 3~10%에 불과한 지금도 논술고사 때문에 응시생의 30% 안팎까지 성적 순위가 뒤바뀌는 현실이니 비중이 더 커질 경우 엄청난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라 여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실제 논술고사의 출제와 채점, 전체 전형 과정 등을 살펴보면 학생들이 그렇게 걱정할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먼저 논술고사가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자. 외형상 논술고사 때문에 당락이 뒤집히는 비율이 대단히 큰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최종 전형 단계에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현상으로 보는 것이 좋다. 논술로 인한 역전은 수능 점수나 학생부 성적 등에서 소수점 단위로 합격선에 몰려 있는 수험생에게 해당되는 상황이다.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는 기본 잣대는 2008학년도에도 수능과 학생부가 될 수밖에 없다. 대입 준비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논술고사에 대한 대학들의 태도가 합리적이라는 점 또한 걱정을 덜어준다. 대학별 출제 형태를 자세히 보면 풀이가 그렇게 까다로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제시문 요약이나 주어진 상황에 대한 응시생의 관점 등을 쓰는 것은 독해나 글쓰기에 어느 정도의 훈련만 되면 누구든 어렵지 않다. 채점에서도 수험생 개개인에게 각기 다른 점수를 주는 것이 아니라 3~5개 등급 단위로 이루어지고, 답안의 필수 요건만 갖추면 기본 점수를 주기 때문에 납득할 수 없는 결과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논술고사의 기본이 되는 독해력이나 논리력, 사고력 등을 기르는 일 역시 특별한 비법이나 남모르는 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걱정거리가 못 된다. 대학들이 밝히듯 고교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공부한 학생이라면 누구든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가 출제되기 때문에 학교 공부나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대비할 수 있다. 단, 암기식 공부가 아니라 생각하는 공부, 해답을 먼저 보고 문제를 푸는 방식이 아니라 스스로 풀어내는 능력을 기르는 공부가 요구된다는 점만 유념하면 될 일이다.

오히려 문제는 논술이나 대학별 고사에 대해 공연한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근거 없는 정보들이다. 예컨대 2006학년도 성균관대 논술고사 관련 언론 보도는 '모조품 소비현상이 발생하게 된 원인과 문화적 함의'라는 문제의 핵심보다 제시문을 쓴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는 사실 논술 공부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날이 갈수록 논술고사에 대한 유언비어는 갈수록 무성해지고, 이를 악용하려는 사교육의 시도들은 더해질 것이다. 이럴 때는 무수히 쏟아지는 정보들 속에서 어느 것이 진짜인지를 가려내려고 애쓰기보다 논술의 기본 원칙을 알고 여기에 충실한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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