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삼성이 50나노 16기가의 메모리 용량이 장착된 반도체를 발명해 화제를 일으켰다. 이와 관련해 나노 반도체와 플래시 메모리의 성격을 알아보고, 이 기술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산업적 파급 효과를 살펴본다.
■ 이슈의 배경
삼성전자가 최근 50나노 반도체 기술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16기가 플래시 메모리를 개발했다. 나노, 기가(이하 G), 플래시 메모리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이지만 이들에 50과 16이라는 숫자가 붙으면 새롭게 주목을 받는다. 삼성전자는 이번 개발을 '세계 IT산업을 완전히 뒤집어 놓을 사건'이라고 발표했다. 무엇이 이런 기대와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일까? 또 신기술 개발로 정보기술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까?
■ '무어의 법칙'과 '황의 법칙'
1960년대 초 인텔의 창업자 중 한 사람인 고든 무어는 집적회로가 발명돼 쓰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그 발전 속도를 간파하고 반도체 집적회로가 집적도나 성능 면에서 '1년 반에 2배(3년에 4배)'가 된다는 '무어의 법칙'을 주장하였다. 그로부터 40여 년 동안 이 법칙은 거의 예외 없이 지켜져 왔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반도체 기술 전반에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4년 전 삼성전자의 황창규 사장은 유독 플래시 메모리만은 발전 속도가 더 빨라져서 '1년에 2배'씩 집적도가 늘어날 것이라는 메모리 신 성장론을 제시하였고, 이후에 사람들이 이를 '황의 법칙'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언뜻 생각하기에 '1년 반에 2배'나 '1년에 2배'나 큰 차이가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이는 기하급수의 무서움을 간과한 데서 생기는 착각이다.
이 두 법칙은 3년에 2배씩 차이를 벌려 놓기 때문에 12년이면 무려 16배의 차이가 생긴다. 1996년에 1G가 개발된 DRAM에 비해 개발 속도가 훨씬 더딘 플래시 메모리는 1999년에 와서야 256메가(이하 M)가 개발되었다. 그러던 것이 6년이 지난 지금은 16G까지 개발된 상태다. 이대로 황의 법칙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6년 후인 2011년에는 무려 1테라(테라는 기가의 천 배, 이하 T)로 성장할 전망이다. 만약 무어의 법칙을 따랐다면 현재 4G정도가 개발되었을 것이고, 2011년에도 64G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 나노 반도체와 플래시 메모리
플래시 메모리의 고속성장 배경에는 최근에 본격화하기 시작한 나노 반도체 기술의 든든한 뒷받침이 있었다. 흔히 머리카락 굵기의 몇 분의 일로 표현하는 반도체 집적회로의 선폭은 21세기에 접어들면서 100나노미터(나노는 10억 분의 1, 이하 nm) 미만으로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본격적인 나노 시대가 열리고 있다.
50나노 플래시 메모리란 집적회로를 구성하는 트랜지스터의 선폭이 50nm라는 뜻이다. 현재의 나노 반도체 기술은 50nm 정도의 폭을 갖는 선을 반도체 기판 위에 형성하고, 가공해 낼 수 있는 제작 공정을 갖추게 된 것이다. 선폭이 마이크로미터 정도일 때 미생물이나 세포와 비교되던 트랜지스터의 크기가 이제는 그들 안에 기생하는 바이러스보다도 작게 되었다.
이렇게 뛰어난 나노 반도체 기술과 나노 트랜지스터가 있는데 왜 다른 메모리(예를 들어 DRAM)에 비해 플래시 메모리만이 황의 법칙을 따르게 된 것일까?
두 가지 정도의 이유를 들 수 있다. 우선 플래시 메모리가 DRAM에 비하여 제작 공정이 간단하다는 것이다. 같은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집적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절대적인 강점이 있다. 다른 하나는 플래시 메모리는 비휘발성(전원을 꺼도 기억이 그대로 남아 있는 성질)이라는 점이다.
나노 반도체 기술의 관점에서 볼 때, 플래시 메모리가 앞으로 '1년에 2배 성장'을 어김없이 지킬 수 있을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현재의 트랜지스터 구조와 동작 방식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지키기 어려울 것이다. Tb(테라 바이트) 수준이 되려면 선폭이 10nm 근처에 육박해야 하는데, 현재의 선형성 기술 발전 속도로 보아서는 6년 내에 달성하기가 매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Tb급에서도 사용될 수 있을 트랜지스터 구조를 연구하고 있으며, 10나노 선폭 형성이 가능한 대안적 기법도 제시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Tb구현에 열정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일이다.
■ 플래시 메모리를 통해 본 디지털 기술
플래시 메모리는 최근 휴대용 장비에서 가히 폭발적이라고 할 만큼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다. MP3플레이어, 디지털 카메라, 캠코더, 휴대전화, PDA, USB 플래시 메모리에 이르기까지 플래시 메모리는 이제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휴대용 기기의 핵심 부품이 되어 있다. 이들 장비의 대부분은 플래시 메모리라는 작고, 가볍고, 충격에 강한 저장장치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들이다.
플래시 메모리의 급속한 발전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장비의 고도화와 통합화를 더욱 촉진해 나갈 것이다. 이미 휴대전화에 카메라, MP3 플레이어 등이 장착되었고, 전자 사전에 MP3 기능이 추가되고 있으며, 디지털 카메라의 동영상 촬영 가능 시간이 계속 늘어날 것이다. 플래시 메모리의 용량이 커지면서 여러 가지 기능들이 추가될 뿐 아니라,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휴대용 디지털 기기가 등장할 가능성도 많다.
미래의 정보 기술에서 플래시 메모리가 일으킬 가장 중요한 변화는 아마도 하드 디스크 드라이버(HDD)의 대체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2G나 4G 플래시 메모리가 주로 생산되고 있는 현재에도 일어나고 있다. 애플사가 최근에 내놓은 '아이팟 나노'(실제 크기는 수천 만 nm이지만)가 그 대표적인 예다.
■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를 대체할 메모리
HDD의 대체라는 관점에서 16G 플래시 메모리의 개발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현재 HDD의 주력은 적어도 수십G 이상의 용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G의 용량을 갖는 1인치 HDD는 이미 대체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지만, 노트북 컴퓨터나 데스크톱 컴퓨터에 사용되려면 수십에서 수백G의 용량이 필요하다. 16Gbit(기가비트) 플래시 메모리 16개를 포장하여 32G의 용량을 갖는 고체 드라이브(solid state drive, SSD)로 만들게 되면 본격적인 HDD의 대체가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SD가 본격적으로 HDD를 대체하기 시작하면 휴대용 정보기기에 대변혁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1인치 HDD보다 훨씬 작으면서 수십에서 수백G의 용량을 갖는 초경량, 초저전력, 무소음 저장장치를 생각해 보라. PDA보다도 작으면서 현재 개인용 컴퓨터의 모든 기능을 다 갖춘 손 안의 PC가 어렵지 않게 떠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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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의 법칙에 따르면 반도체 소자의 집적도는 약 2년을 간격으로 두 배씩 증가했다. 1946년에 만들어진 최초의 컴퓨터 ENIAC은 진공관으로 구성되었고, 각 진공관의 크기는 약 10cm였다. 무어의 법칙이 1946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성립했다고 치면, 반도체 회로를 구성하는 성분이 분자 크기인 0.1나노미터 정도로 작아지는 것은 몇 년에 가능할까? (2005 성균관대 수시 1학기 자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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