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집에서 컴퓨터만

입력 2006-01-10 10:40:34

문 : 겨울 방학 후 아이들이 집에만 있으려고 하고 나가지를 않아요. 집에서는 컴퓨터만 하고 답답해요

방학이 되면 아이들은 신나게 놀 생각을 하고, 어머니들은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 줄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의견 차이에서 서로의 갈등은 증폭되어서 심하면 고함까지 나오고, 불만이 높아질 수밖에 없게 됩니다.

아이들의 방학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이 이번 방학동안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보호자께서 개략적인 계획을 미리 짜는 것입니다. 물론 계획을 수립할 때에는 아이의 특성, 발달단계 등을 고려하여야 함이 당연하겠죠(예를 들면, 초등학교 저학년일 경우 운동 1가지, 학습지 1가지, 여행 혹은 캠프, 고학년일 경우 종합학원 혹은 개별학원 2, 3가지, 여행, 운동은 상의하여 결정).

나름대로 계획을 세웠으면, 어떻게 이야기하면 아이가 잘 따라 올지를 고려하여 방학 전부터 차근히 의논해 나가야 합니다. 몇 주 전부터 아이에게 스스로 계획을 짜게 하고, 그 계획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을 경우 부모님의 의견을 더하여 서로 의견 조율을 하여 결정하게 됩니다.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서로 실천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는 것입니다. 실천할 수 없는 계획은 아이에게 규칙을 준수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잘못 인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계획을 세웠으면, 그것을 시각화하여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이고 서로 확인할 필요가 있으며, 수행 여부에 따라 상벌을 정하는 것도 도움됩니다.

계획을 세웠음에도 실천하지 않거나 많이 힘들어 하면 한차례 정도는 수정할 기회를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만약 아이가 집에만 있고 나가지 않으려한다면, 우선 이전 계획 수립에 잘못은 없는지, 서로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었는지, 과연 실천할 수 있는 것인지 혹은 수행 여부를 확인 가능한 계획이었는지를 다시 한번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겨울에 춥다고 나가지 않으려는 아동에게는 하루 1번 이상은 반드시 외출을 해야 한다는 규칙을 만들고, 엄마 혹은 아빠랑 같이 나가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처음에는 힘들지라도 나가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게 되면 아동은 점차 그 활동을 즐기게 됩니다(나갈 때 맛있는 것을 사줄 수 있습니다).

많은 아동들이 무조건 자신의 마음대로 하려고 하는 성향이 있으므로 이것을 무작정 꺾어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산만하지 않은 아이들도 10분 정도만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으면 심심하고 답답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컴퓨터를 하지 말라고 하기 전에 대안활동을 반드시 만들고 찾아야 합니다. 그래서 컴퓨터 대신 그 활동을 같이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요즘은 아이들이 학원 등지에 많이 가기 때문에 놀이터에 나가서는 놀 친구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나가라고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운동을 하나 정하여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운동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정하고, 운동종목은 스스로 정하는 것이 자발성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방학 중 시골 친척집 방문 혹은 캠프를 1회 정도는 계획하여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권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론 하지 않으려는 아이들이 있지만, 여러 가지 캠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하라고 하면 대개의 경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게 됩니다.

가족끼리 여행을 하는 것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합니다. 많이 바쁘실 경우 주말을 이용해서라도 방학 중 1회 이상의 가족여행은 반드시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호자의 현명한 유도입니다. 말(설명)을 많이 하여 잔소리가 되지 않게, 꼭 필요한 부분만 설명을 하고 나머지는 스스로 생각하여 선택하도록 (시간을 두고)유도하면서, 단호히 한 가지는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하면서, 어머니에게 일방적으로 맡기지 마시고, 가족 회의를 통하여 결정하고, 아동이 일방적으로 자신만 피해를 본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을 경감시키는 것이 또한 중요합니다(예, 아동은 하기 싫은(?) 공부를 하고, 아빠는 여행을 가기로 약속을 하고, 엄마는 평소 맛있는 것을 많이 제공한다). 내용보다는 민주적 절차를 통하여, 아이들의 기분이나 생각을 존중하면서 해야 할 것을 하도록 유도하면 보통의 경우에는 큰 문제없이 해결되는 편입니다.

아주 심하게 나가지 않으려하고 컴퓨터에만 매달려 있는 경우라면 아동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은지 혹은 부모와의 관계에서 너무 강압적이지 않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학교 다닐 동안 스스로 너무 놀지 못했고, 컴퓨터도 너무 못했다고 느끼면 아동은 그것을 방학 중에 보상받고싶어 할 것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휴식이 필요하듯 아이들에게도 휴식이 필요합니다. 다만 아동은 자신에게 뭐가 필요한지를 잘 선택하지 못하므로, 아동에게 여러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 보호자가 해야 할 의무(권리) 중 하나일 것입니다. 즉 아동의 마음 속에서는 컴퓨터를 하는 것이 유일한 놀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스스로는 다른 것을 선택하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이때는 다소 강제적으로라도 새로운 놀이(친척, 여행, 캠프, 놀이공원 등)를 경험하게 하여 시야를 넓히고 유연성을 키워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박용진(진스마음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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