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박동선씨 체포…이라크 관련 UN로비 혐의

입력 2006-01-09 11:03:15

유엔의 대(對)이라크 석유-식량계획과 관련, 이라크로부터 수백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美 수사당국에 의해 수배를 받아 오다 9개월 만인 지난 6일 체포된 박동선 씨가 美 당국의 발표와는 달리 휴스턴이 아닌 멕시코에서 검거됐다고 박씨의 한 측근이 7일 말했다.

박씨는 또 이라크 편에 서서 유엔의 석유-식량 계획의 입안을 위해 활동하면서 최소한 200만 달러를 받았으며, 그중 많은 돈이 뉴욕에서 이라크의 외교 파우치를 통해 전달된 것으로 미 수사기관에 의해 파악됐다.

◇"박씨 멕시코에서 검거"=박씨의 측근은 이날 "박씨가 지난 4월 美검찰에 의해 수배된 후 한국으로 피신해 있다 최근에는 파나마 운하확장 계획과 관련, 파나마를 왕래했었다"면서 "이번에도 파나마 방문을 위해 멕시코에 체류하던 중 검거돼 휴스턴으로 이송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씨가 한국 체류 중 일본과 중국도 자유롭게 왕래했었다고 말했다.

이 측근의 말이 사실이라면 미국 당국은 멕시코 측과 통상적인 범죄인 인도 절차와는 다른 특별한 케이스로 박씨의 신병을 인도받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美 수사당국은 박씨의 체포 경위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하고 있다.

◇"후세인 정권의 이익 대표" =박씨는 도피 생활중 주변에 자신은 미국 시민권자도 아니고 결백하기 때문에 미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을 이유가 없다고 말해왔으나, 미 수사당국은 지난해 4월 그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사유가 됐던 불법 로비 혐의 외에 새 혐의 사실을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박씨는 유엔의 석유-식량 계획과 관련, 이라크가 유엔에서 협상을 벌일 당시 사담 후세인 정권의 이익을 대표하기 위해 일찍이 1992년부터 이라크계 미국인인 샤미르 빈센트와 협력해왔으며, 두 사람은 1993년 고위 유엔 관리와 함께 두 차례 만났다.

박씨는 외국인 로비스트로 등록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로비를 한 혐의와 전신(wire) 사기 및 돈세탁 음모 혐의를 받고 있으며 9일 휴스턴의 연방판사로부터 영장실질 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이라크 외교 파우치로 돈 받아" =박씨에 대한 기소장에 따르면 박씨는 대부분 현금으로 최소한 200만 달러를 받았으며, 현금의 상당 부분은 뉴욕에서 외교 파우치로 전달됐다. 박씨가 전달받은 돈의 일부는 유엔 고위 관리를 챙기는데 사용되는 것이라는 두 사람 간의 '양해'가 있었다고 기소장은 말했다. 빈센트는 지난해 1월 불법로비 혐의에 대해 유죄를 시인하고 수사에 협조중이다.

한편 두 사람은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전 사무총장에게 100만 달러를 전달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었으나, 갈리 전 사무총장은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혀왔으며 그가 돈을 받은 증거도 없는 상태이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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