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8)한국시낭송회

입력 2006-01-09 11:28:25

"시(詩)가 날개를 달고 날아가면 그 어딘가에서 별이 되고, 꽃이 되고, 사람에겐 향기로운 내일이 됩니다."

한국시낭송회(회장 곽홍란)는 2001년 결성되었다. 전국의 각종 시낭송대회에서 입상한 낭송인 30여 명이 회원이다. 시낭송인들로만 구성된 이 같은 순수 모임은 전국에서도 대구·경북이 처음이다. 경주·포항·구미 등지의 회원들도 참여하고 있는 한국시낭송회는 처음에는 비정기적인 모임이었다. 그러다가 대구 동성로에 있던 '시하늘' 찻집에서 매월 첫째, 셋째 금요일 지역 문인들과 어울려 문학담론을 나누고 시를 낭송하며 시집 출판기념회를 열던 것이 모태가 됐다.

시낭송인들은 30, 40대가 대다수이지만, 시낭송 공부를 위해 노크하는 60, 70대도 없지 않다. 대구 문화계에서 시낭송인들의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별·풀 그리고 사람' 시낭송회와 어린이와 함께하는 문화운동인 '시와 동요가 있는 작은 모임 무지개'를 비롯해 각종 문화행사와 출판기념회, 시낭송 교실 등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시낭송회의 지난 발자취를 짚어보면 시낭송인들의 현재와 미래가 보인다. 한국시낭송회를 창립한 2001년 가을,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열린 '제1회 대구 시(詩) 축제'부터 역동적인 무대로 만들었다.

'발상의 전환'을 보여준 축제였다. 이상화 시인의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시와 낭송 그리고 춤사위로 엮어 절묘한 조화를 이뤄냈는가 하면, 문무학 시인의 시 '한때 대구 사람들은'을 정겨운 대구 사투리로 읊으며 '시와 패션'이 어우러진 퍼모먼스로 연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

2002년 6월에는 이상화의 시에 담긴 격정과 민족혼을 시극으로 표현한 '빼앗긴 들, 다시 피는 봄(곽홍란 극본·김 영 작곡·김태석 연출)'을 대구시민회관 대강당에서, 2004년 11월에는 원효의 일대기를 장막서사관현악곡(이준호 KBS 국악관현악단장 작곡·영남국악관현악단 연주)을 경산시민회관 대강당과 경주 분황사에서, 2005년 11월에는 신라 설총의 삶을 담은 시 '그리운 꽃-설총의 화왕'(원한기 대구예술대 교수 작곡, 테너 남상욱·소프라노 손현진 노래)을 경산시민회관 대강당에서 올렸다.

올해는 삼국유사를 저술한 일연 선사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이 또한 우리 가락을 기조로 한 시낭송과 솔로 성악과 무용 등이 어우러진 오케스트라 형식의 서사관현악이다.

정기적으로 열었던 '별·풀 그리고 사람' 시낭송회는 전국의 문인들이 모여 문학을 이야기하던 자리이기도 했다. 낭송회가 100회를 맞이했을 때는 향토시인 이기철·문무학·정태일·문인수·류상덕·황인동·김호진·정 숙·서정윤·김동원 시인 등의 시에 곡을 붙여 김용주·백양임·이현순·이정희·도현정 씨가 낭송한 음반을 내고 기념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지역의 한 중견시인은 "가는 시냇물이 큰 줄기의 강을 이루듯이 소담하고 작은 시낭송회들이 모여 큰 강물이 되었다"며 "이제 아무도 시낭송회 모임과 운동을 작은 것이라 폄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시낭송회는 이렇게 조용하지만 깊고 넓은 물길을 이루며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시낭송회는 월간 '일하는 멋'(대표 김진보)이 진행하는 시와 동요가 있는 작은 모임 '무지개'를 협연하기도 했다. 어린이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의 도서관과 어린이 병동 등을 순회하며 시를 낭송하고 동요를 불렀다.

100회를 훌쩍 넘긴 정기 시낭송회와 그에 버금가는 지역 시·군과의 협연, 시와 노래에다 춤사위와 극·패션·우리 가락이 어우러진 다양한 무대와 만남을 창출해 내고 있는 한국시낭송회의 여정에 어찌 어려움이 없었을까. 그러나 한국시낭송회는 시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난 상처를 치유할 수 있어 행복하다. 시 속에 있는 길을 보았기에 2006년 병술년 한 해도 한국시낭송회의 발걸음은 계속될 것이다.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사진: 시극 '빼앗긴 들, 다시 피는 봄'에 출연한 시낭송가와 성악가·무용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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