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신포 경수로 사업이 결국 실패로 끝났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관계자와 한전 직원 등이 8일 공정 20%의 콘크리트 시설물과 건설 장비 등을 남겨 둔 채 완전 철수했다. 5백억 원에 육박하는 장비는 사업 종료에 따른 보상을 요구하는 북측의 반출 금지로 억류됐다.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 15억6천만 달러만 날린 셈이다. 우리 돈은 이중 70%가 넘는 11억여 달러다.
사업 종결에 따라 공사 참여 업체에 대한 위약금을 비롯한 청산 비용도 수억 달러가 필요하다. 보상금과 위약금 분담 문제는 KEDO 이사국 간에 이견이 여전하다. 우리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수로 사업 중단 이후 우리는 독자적으로 2백만㎾의 전력을 송전하겠다는 제안까지 해 놓고 있다. 이래저래 북핵 문제로 인한 우리 부담이 가히 '천문학적'이라 어처구니없다.
엄청난 돈만 낭비한 채 실패로 끝난 신포 경수로사업의 책임은 당연히 북한에 있다. 북한의 핵 동결 해제 선언과 핵 확산 금지 조약 탈퇴로 인한 갈등 때문이다. 경수로 사업에 부정적인 미국 정부의 정책도 한몫을 했지만, 핵을 외교 무기로 쓴 북한의 태도가 원인을 제공했다. 북미 갈등의 틈바구니에서 우리는 아무 성과 없이 돈만 쓰게 된 꼴이다.
북한이 핵 폐기를 실천하고 미국과 다른 이사국들이 북한을 신뢰하게 되면 경수로는 다시 살아날 수도 있으리라고 본다. 경수로 사업 실패는 핵 문제를 넘어 우리가 취해야 할 외교적 자세를 되돌아보게 한다.
북핵은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며,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얽혀 있다. 감상적이고 섣부른 민족주의는 한반도의 장래에 암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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