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지도자론' 배경

입력 2006-01-09 10:47:14

"정동영·김근태는 원 오브 뎀(one of them)일 뿐이다."

최근 여권의 한 재선의원이 한 말이다. 차기 여권의 유력 대선후보로 2년여간 강력히 거론돼온 두 사람이 여권 내 여러 차세대 주자들 중 한 명의 무게밖에는 지니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지분을 사실상 반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들로서는 다소 억울하고, 기분 나쁜 말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것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유시민 의원의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에 대해 "대통령이 오래전부터 예정하고 준비해온 사안 가운데 하나"라는 윤태영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 얘기도 그 하나다. 천정배 법무부 장관에 이어 이번 개각에서 정세균 전 의장을 산업자원부 장관에, 유 의원을 복지부 장관에 임명하면서 노 대통령의 이런 계획은 예정대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당내 선거에서 원내대표나 상임중앙위원에 선출된 인물은 이들 외에도 여럿 있다. 또 앞으로도 계속 배출될 것이다. 그렇다면 윤 비서관이 거론한 '정·천·유' 세 사람은 노 대통령 눈에 각별히 띈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싶다.

다시 여당 의원의 말로 돌아가 보자. 그는 "(정·김 중) 한 사람은 전당대회에서 회복불능의 상처를 입고, 또 한 사람은 지방선거 패배를 통해 종말을 보게 될 것"이라며 "결국 이들은 본선에 뛰어 보지도 못하고 단명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지난 연말과 연초를 전후해 '정세균 의장 추대론'이 급속히 확산된 것도 이를 저지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결국 정 전 의장이 입각을 선택하면서 무산됐다는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 효과'가 열린우리당의 '회생'과 두 사람의 지지율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아직 섣부른 듯싶다. 오히려 이번 전대에서 '정·김' 이외의 인물이 부각돼야만 당의 활로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주장마저 나온다.

'차세대 지도자'의 야심을 내심 감춰왔던 40대들이 이번 전대에 대거 출마하는 이유도 비단 당의 활로 모색 차원만은 아닐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물론 정·김 양측은 "인물양성론은 여당에 매우 좋은 일"이라며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반응이다. 과거 2002년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 당시 무려 7명의 주자가 나서면서 분위기를 띄웠고, 그 개별 후보들의 지지표가 결국 '노풍'으로 확대 재생산되지 않았느냐는 판단도 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후보 경선은 앞으로 1년여 이후다. 그리고 지방선거 후 열린우리당의 존속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시각마저 존재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여권 주자들 지지율이 계속 바닥을 헤맬 경우 여권 핵심부가 '내각제 카드'로 정국 반전을 모색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대선주자가 의미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당의 한 관계자는 "정·천·유 카드가 비단 대선만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닐 수도 있다"며 "내각제가 되더라도 지도자군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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