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배=안택수 저격수?

입력 2006-01-09 09:36:03

"안택수(대구 북을) 의원이 출마하면 나도 같이 출마하고, 접으면 같이 접겠다."

임인배(김천) 한나라당 의원이 원내대표 출마를 준비 중인 같은 당 안 의원을 겨냥해 대립각을 세웠다. 안 의원과 원내대표 출마 행보를 같이하겠다는 것은 12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에서 대구·경북지역 표를 분산시켜 안 의원 당선을 막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이같이 임 의원이 같은 지역 출신인 안 의원에게 날을 세운 이유는 지난 17대 첫 원내대표 경선에서 안 의원에게 양보했으나 이번에 배신당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5월 김덕룡 원내대표 선출시 두 사람은 모종의 각서를 작성했다. "이번에 임 의원이 안 의원을 돕는다면, 다음 선거에서 안 의원은 임 의원을 무조건 돕는다"는 요지의 합의서라는 것. 두 의원이 서명한 각서를 2부 출력해 각각 한 부씩 나눠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당시 원내대표 출마를 포기한 임 의원은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선 안 의원이 자신을 도울 것으로 믿고 있었으나, 안 의원은 자신에게 의사타진도 하지 않은 채 "임 의원이 출마를 접었다"고 말하고 다녔다는 게 임 의원이 발끈한 이유다.

하지만 '각서'건에 대한 안 의원 생각은 임 의원과 정반대다. 자신을 돕는 것이 각서의 전제조건이었는데 2004년 원내대표 경선 당시 임 의원은 자신을 밀지 않고 김덕룡 의원을 도와 스스로 각서를 무효화시켰다는 것. 안 의원은 "당시 나를 돕지 않고 엉뚱한 행동을 해놓고 이제 와서 도와달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는 또 9일 중으로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을 설득해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로 삼은 뒤 후보 등록을 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앞으로도 양측의 갈등은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당위원장직을 버리는 것까지 감수하면서 원내대표선거 출마를 선언한 안 의원에 맞서 임 의원이 절대불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임 의원은 이번이 아니더라도 차기나 차차기 원내대표 경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같은 대구·경북 출신인 안 의원이 출마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다면 그 정치적 타격이 자신에게 미치는 것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선거 직전까지 안 의원 출마 반대 행보를 계속할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될 경우 두 의원은 더욱 껄끄러워질 수밖에 없게 된다.

한편 이 같은 양측의 갈등을 놓고 지역 정치권에서는 "단합이 잘 되던 대구·경북 정치권이 모래알 구조로 변질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