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복원은커녕 복개공사로 '重病'
서울 청계천을 시작으로 전국 지자체 사이에 생태 하천 복원 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대구의 하천은 생태 복원은 커녕 개발 논리에 밀려 신음하고 있다.
수십년째 이어져 온 복개 공사가 대구 시내 주요 하천들을 잠식한지 오래고, 그나마 남아 있는 하천들조차 아파트 개발에 짓눌리고 있지만 생태 하천 복원과 관련한 정책수립 및 재정투입은 전무한 것.
환경 전문가들은 대구가 신천 물길을 개척하면서 복개천 복원 기술의 핵심을 보유한데다 하천 복원에 관한 시민 공감대가 형성된 이상 이제라도 역내 소하천을 조금씩 되살려 새로운 도시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구는 지금=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의 하천은 모두 24곳. 악취와 교통소통 방해 문제가 제기되면서 콘크리트 복개가 이뤄진 하천은 이 중 3곳으로 모두 시내를 관통하고 있다.
1960년대말부터 지난해까지 범어천(수성 지산~수성 신천) 6km 중 3.4km, 진천천(달서 도원~달서 유천) 6.3km 중 3.2km, 달서천(서구 비산) 6km 중 4.3km가 콘크리트 구조물로 덮였다. 하천이 아니라 '도랑'으로 분류되는 대명천은 전체 5.7km 중 5.5km가 복개돼 도로로 변했다.
최근 아파트 부지에 일부 편입된 매호천변처럼 수성구에 휘몰아치는 '아파트 광풍'은 일반 하천까지 콘크리트 더미로 내몰고 있다. 이순탁 영남대 석좌교수는 "하천부지는 과거의 구역 그대로 유지하는게 원칙"이라며 "시민 전체의 공유재산으로 인식해 무분별한 개발보다는 치수공간 또는 시민 쉼터로 활용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도심 하천들이 개발의 그늘에서 신음하고 있지만 생태 복원을 위한 대구시의 노력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시에 따르면 2006년 하천 정비에 투입되는 돈은 고작 5억 원에 불과하다. 더욱이 생태 복원과는 동떨어진 사업인 홍수 대비 하천폭 및 제방 조정 계획을 짜는데 이 돈이 들어간다.
◆전국은 지금= 서울을 비롯한 전국 지자체들은 너도 나도 생태 하천 복원에 나서고 있다. 콘크리트 복개를 걷어낸 청계천에 불과 두달만에 1천만 명이 몰려든 것은 '복원의 힘'을 증명하고 있다. 시민들과 함께 숨쉬는 생태 하천이 새로운 도시 경쟁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
서울 기초자치단체들은 청계천 완공에 즈음해 성북천, 정릉천, 불광천 생태복원 계획을 발표했고, 경기 포천, 수원시가 이 대열에 합류했다. 대전 및 충청권 일대 지자체 또한 7, 8 곳의 하천생태공원 조성 용역을 이달 들어 의뢰했고 광주, 전남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영산강, 황룡강 일대 하천에 490억 원을 들여 생태공원, 자전거도로, 야생화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창원 가음정천을 시작으로 마산, 진주 등 경남에서도 생태 하천 복원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울산도 800억 원을 들여 회야강 하천 복원에 나선다. 2002년 국내에서 가장 먼저 복개천을 복원한 제주 산지천은 이미 상당한 관광수익을 올리고 있다.
◆준비는 돼있나?= 환경전문가들은 대구도 복개천 복원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대구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이른바 '건천방지화' 기술을 도입한 도시로서 청계천 복원의 모델이 됐다. 하류지점의 펌프장에서 한강물을 끌어 당겨 이를 송수관로를 통해 상류로 밀어올리는 청계천은 대구 신천과 똑같은 방식으로 수위를 유지한다는 것.
대구시는 지난 1994년~1997년까지 무태교 지점 신천하수처리장에 펌프장을 설치, 인접한 금호강에 서 1일 5만t의 물을 끌어들여 9.1km 송수관로를 따라 상동교 지점 상류까지 물을 공급, 수위를 유지하고 있고 이명박 서울시장과 관계자들이 대구를 몇번이나 다녀간 끝에 이 기술을 벤치마킹했다는 것.
대구시설안전관리사업소 관계자는 "기술적으로는 타 지자체보다 우위에 있다"며 "그러나 복개천에서 낙동강, 금호강 물을 끌어들이는 관로, 이에 따른 대용량 펌프장, 우·오수 분리 시설 같은 재정투입이 신천(121억 원)보다 몇배나 많아 재원 확보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제 시작하자= 영남자연생태보전회 류승원 회장은 "당장 사업을 벌이자는게 아니다"며 "사전 준비 작업에도 수년이 걸리는 만큼 지금이라도 태스크 포스팀을 운영해 복원 검토에 들어가자"고 했다.
손광익 영남대 토목공학과 부교수는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복개천 도면을 연구하고 사전 교통량을 조사해 도대체 어디부터 복원해야 하고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성구 아파트들은 도로에 바로 맞닿아 아파트를 짓고 있으며 이런식의 개발이 계속 이뤄진다면 여분의 공간을 전혀 확보못해 복개천 복원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는 "수성구 아파트로부터 거둬들이는 막대한 재원을 복개천 복원의 밑그림을 그리는데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경북대 토목공학과 한건연 교수는 "불가능하고 생각했던 청계천 복원 사업이 상상이상의 효과을 거둔 이상 대구시가 의지를 보일 때가 왔다"며 "서울이 청계천, 광주가 광주천에 막대한 재정을 쏟고 있는데 대구 또한 복개천 복원을 통해 도시 발전의 새 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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