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 괴로와지거든 어느 일요일에 죽어버리자./ 그때 당신이 돌아온다 해도/ 나는 이미 살아 있지 않으리라./ …'.
1965년 1월 8일 초저녁 동료 문인들과 '은성'에서 가진 술자리에서 전혜린은 이 시(어느 일요일에 죽어버리자)를 읽었다. 불길한 내용의 시는 이봉구가 바로 태워버렸다. 그러나 전혜린은 이틀 뒤, 혹은 사흘 뒤인 1월 10일 토요일 밤과 11일 일요일 아침 사이에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인한 심장마비였다.
'격정적으로 사는 것, 지치도록 일하고 노력하고 열기있게 생활하고, 많이 사랑하고 아무튼 뜨겁게 사는 것. 그 외에는 방법이 없다. 산다는 것은 그렇게도 끔찍한 일,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만큼 더 나는 생을 사랑한다. 집착한다'는 건 거짓말이었을까?
천재의 숙명인 듯 '1세기만에 나오기도 희귀한 천재', 수학에서 0점을 받고도 서울대 전체 2등을 차지했던 전혜린은 그렇게 일찍 31년의 생을 마감했다. 이 시가 아니었던들 사고사란 주장이 더 힘을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절친한 술벗 조영숙(여기자)이 이를 적어놓아 세상에 알려졌다.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어느 일요일에 죽어버린' 전혜린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보는 까닭이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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