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비 오는 복덕방에 고스톱을 치는데/ (중략) 가진 돈을 몽땅 잃고 방황하는 이 신세/ 안 해야지 하면서도 또 하는 것은/ 본전 본전 본전때문인가봐∼ ♪"
가수 주현미의 '비 내리는 영동교'를 개사한 고스톱 노래. 허리와 엉덩이를 신명나게 돌리며 노래 부르는 '곰배 아지매'의 솜씨는 함께 여행 가본 사람들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곰배 아지매'가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음료수통을 머리에 이고 춤을 추거나 이를 떨어뜨리지 않고 여행객들에게 날라주는 솜씨는 기가 막히다.
대구의 최고 인기 여행가이드 답다.
정순연(71·대구시 중구 남산동)씨. 지난 12월에 칠순을 맞은 할머니이지만 '곰배 아지매(아줌마)'라고 불리니 아직도 한창이다. 나주 정씨로 곰배 정(丁)자를 써서 '곰배 정여사'로 불리기도 하는 노인이지만, 자신보다 나이 적은 사람들도 이끌고 대한민국 동서남북으로 여행을 떠난다.
"가이드를 한 지 17년이 됐습니다. 강원도 한성굴, 백담사, 삼천포, 해남 땅끝마을…. 안 가본 데가 없습니다."
심장수술을 해 몸이 안 좋았던 지난해에도 일요일 두 번만 쉬고 전국을 돌아다녔다는 정씨. "식당일, 파출부 등 온갖 궂은 일을 하며 고생을 많이 했는데 가이드가 적성에 맞을 거라며 한 번 해보라는 말을 우연히 듣고 인생이 확 바뀌었습니다."
정씨는 가이드 역할을 타고난 것 같다고 했다. 억지로 책을 보며 공부한 것도 아닌데 교통 표지판을 훤히 꿰고 있고 한 번 들은 것은 까먹지 않아 여행지의 내력 등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놓으면 배꼽 잡고 웃는 사람들이 많단다. 요즘은 일부러 여행객들을 모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가이드를 부탁하는 단골들이 적잖다.
"가이드를 하며 6남매 교육시키고 2층 양옥집도 장만했습니다. 1월 1일 해맞이 여행으로 영덕 삼사해상공원에 다녀왔는데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했습니다."
"정 여사, 고생 많이 했습니다."하는 소리를 손님들로부터 듣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는 정씨는 앞으로 힘 닿는 데까지 가이드 일을 계속 할 것이라고 한다.
"자식한테 손 벌릴 것 있습니까. 불러주는 사람이 있는 '쓸모 있는 인간'으로 일하며 얼마라도 저축할 수 있으니 좋은 것 아닙니까."
김영수기자 stel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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