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의 소리-스크린 쿼터 축소 논란

입력 2006-01-06 09:02:25

"국산영화 고사 초래"-"타 경제부문 이익"

'스크린 쿼터'는 국내 영화산업 보호를 위해 상영관에서 국산영화를 연간 146일(총 상영일의 40%) 이상 의무적으로 상영토록 하는 제도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미국과의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선결조건으로 스크린 쿼터 축소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스크린 쿼터 축소를 반대하는 입장은 스크린 쿼터가 없어지면 한국영화의 자본과 인력이 점점 빠져나갈 것이고, 유통·배급문제도 심각해질 것이라고 한다. 최근 한국 영화의 일순간적인 호조로 인해 시장을 전면 개방하는 것은 영화산업의 고사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크린 쿼터 축소를 주장하는 입장은 우리에게 많은 경제적 이익을 안겨 줄 한미 FTA의 체결을 위해서라도 스크린 쿼터 제도의 축소는 불가피하다고 한다. 스크린 쿼터 제도의 또 다른 문제점은 자유경쟁 시장에서 소비자 선택의 권리를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은 스크린 쿼터가 폐지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스크린 쿼터는 기본적으로 유지돼야 하고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폐지돼서는 안 된다고 본다"며 "영화계와 합의를 이룬 것은 아니지만 안팎의 여건을 충분히 참작해 정책적 판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크린 쿼터 축소 논란에 대해 네티즌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외국과 경쟁해야 '양질' 생산

△세계적으로 자국 영화의 시장 점유율이 30%를 넘는 나라는 미국을 제외하면 한국·프랑스·일본 뿐이다. 국산영화의 시장 점유율과 관객 점유율이 동시에 수년 동안 50%를 차지하고 있고, 관람객 1천만 명이 넘는 영화를 1년에 두 편씩이나 제작해 성공한 나라는 미국 외에는 한국뿐이다. 미술과 음악은 물론 쌀 시장까지 외국과 처절하게 경쟁하는데 유독 영화산업만 수십 년 동안 보호해 달라는 것은 옳지 않다. 쿼터를 축소하면 오히려 적자생존의 법칙이 활성화돼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고 수준 높은 양질의 영화가 생산될 것이다. (감자바스님)

저질 영화 보호해선 안 돼

△이젠 더이상 보호해 주어선 안 된다. 그동안 영화 같지도 않은 영화가 숱하게 나오지 않았던가. 직접 언급 안 해도 '쓰레기'라는 말 나올 정도의 영화 그동안 너무 많았다. 우리나라 영화를 위한다면 폐지해야 한다. 물론 이것은 저작권의 보호도 같이 따라주어야 한다. 문화를 즐기려면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의식도 필요하다. 제작사는 스크린 쿼터 폐지로 양질의 영화를 만들려 경쟁하고 사람들은 돈 내고 영화 보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문화는 공짜가 아니다. 이제 질낮은 영화 개봉이 지겹고 안타깝다. (신님)

전통 지키기 위해 전통업 혜택

△스크린 쿼터만 믿고 영화 만드는 사람도 문제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그리고 세계화다 뭐다 하면서 무조건 외국 문물만을 받아들이는 행동은 옳지 못하다. 전통 유지가 힘든 오늘날, 전통을 지키기 위해 각 나라가 전통업에 혜택을 주곤 한다. 스크린 쿼터제는 이러한 국내의 영화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다. 우리나라 영화 산업이 발전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은 스크린 쿼터의 시작부터였다는 것을 알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가 판치던 때 스크린 쿼터 제도로 인해 사람들은 국내 영화에 눈을 뜨게 되었고, 그때부터 힘을 얻은 것이다. 아직은 스크린 쿼터제를 축소할 때가 아니다. (하이호이님)

방화 점유율 50% '수치일 뿐'

△스크린 쿼터를 축소 내지 폐지했다가는 우리나라 영화계도 남미나 그밖의 여러 나라 꼴 난다. 우리나라 영화들이 우리 영화계에서 점유율 50%라고 해도 이건 수치에 불과하다. 그것도 할리우드 브록버스터 영화들이 개봉하지 않을 때가 그렇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한 편 개봉하면 스크린쿼터가 있음에도 점유율이 더 떨어진다는 건 그만큼 우리 영화계가 약하다는 거다. '태극기…'나 실미도 같은 거대 영화들은 스크린 쿼터제 같은 거 없어도 잘 되겠지만, 중소영화들은 스크린 쿼터제가 사라지면 그 기반을 잃게 될 것이다. (비천님).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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