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갈퀴 들고 산불 진화하라니…"
3번이나 잇따라 발생한 칠곡 지천면 건령산 산불과 관련, 새로운 산불진화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3일 새벽 4시에 발생한 건령산 산불은 인근 지천면 심천리 점마 마을과 동명면 송산리 쪽을 넘어 확산됐으나 소방헬기와 공무원, 군병력 등 2천여명이 투입돼 오후 4시쯤 큰 불길이 잡혔다. 그러나 잔불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이날 오후 7시30분쯤 재발화됐고, 이 불길 역시 4일 오후 3시쯤 잡혔다가 이날 밤 11시쯤 다시 불이 되살아나는 등 산불 진화작업의 한계를 드러냈다. 문제는 이러한 산불 진압에 대해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것.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삼림상황 등이 민둥산이 많던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졌지만 진화방법은 헬기로 물을 퍼붓고 뒤따라 잔불정리를 하는 식"이라며 "획기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산불피해가 겉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삼림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울창해졌고, 낙엽이 30cm이상 쌓여 있어 산불이 발생하면 속수무책인 형편이다. 소방당국의 경우 헬기동원과 민간인 피해를 예방하기위한 긴급조치만 할 뿐, 일반 가정이나 공장 등의 화재현장과는 달리 산불에 대해서는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또 사건 발생때마다 지적되는 인력과 장비부족 문제가 산불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숲이 우거진 산의 경우, 일반적인 진화장비는 거의 무용지물이 되고 소방헬기가 유일한 진화장비로 쓰이고 있다. 소방헬기가 실어나르는 물의 양은 초대형 헬기가 1만ℓ, 중대형 헬기가 1천-3천ℓ정도지만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산불을 효과적으로 진압할 수 있는 초대형 헬기가 너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잔불의 경우는 헬기로 물을 퍼부어도 진화되지 않아 사람이 직접 꺼야하지만 현재 시·군에 갖춰진 구식장비로는 효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다. 전기톱, 비상식량과 물 등을 담은 배낭 등 보다 나은 진화장비의 보급률이 낮아 진압 대원 대부분은 삽과 갈쿠리 등 기본적인 도구만으로 잔불 정리를 하고 있는 형편이다.
건령산 산불 진압을 위해 투입됐던 칠곡군청 공무원들은 "등짐 펌프를 지고 삽이나 갈쿠리로 일일이 잔불을 정리할 수밖에 없다"이라며 "많은 인원이 투입돼 잔불을 정리하지만 산불이 넓은 지역으로 번질 경우 이러한 구식 장비로는 잔불 정리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칠곡소방서 홍종태 예산장비담당은 "산불 진압장비들이 재래식이어서 잔불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잔불정리에 효율적인 새 장비 개발이 절실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칠곡·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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