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태극전사 '부상을 막아라'

입력 2006-01-05 15:02:23

"충분한 스트레칭을 활용한 워밍업이 독일로 가는 지름길이다"

윤영설 대한축구협회 의무분과위원장(연세대 의대 교수)의 말이다.

윤 박사는 5일 오전 멀리 잉글랜드에서 날아온 소식에 화들짝 놀랐다고 한다.

축구 국가대표팀 핵심선수 중 한 명인 이영표(29.토튼햄 핫스퍼)가 프리미어리그 경기 도중 부상으로 들것에 실려나갔기 때문이다.

정밀진단을 받아봐야겠지만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영표 에이전트인 김동국 ㈜지쎈 사장은 현지 가족과 통화한 뒤 "상대 선수 축구화 스터드에 찍혀 오른 허벅지에 상처가 났지만 걸을 수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마틴 욜 토튼햄 감독은 이영표가 2주 정도 결장할 걸로 본다는 외신도 전해지고 있다.

태극전사들에게 부상은 개인의 아픔일 뿐 아니라 팬들의 염원에도 큰 상처를 주는 불행이다.

다행스럽게도 현재 3기(期) 아드보카트호에 승선한 태극전사 24명 중 부상자는 없다.

그동안 지긋지긋한 부상에 시달려온 김남일(29)과 송종국(27.이상 수원)은 오랜 재활치료를 거쳐 전지훈련에 동참한다. 막내 수비수 김진규(21.주빌로 이와타)도 경미한 부상이 있었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직전에는 대표팀 간판 공격수 황선홍(전남 코치)이 평가전에서 큰 부상을 당해 결정적인 공격력 약화를 가져왔다. 히딩크호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일궈낸 데는 큰 공백을 불러올 만한 부상자가 없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이렇듯 부상은 월드컵을 준비하는 모든 팀의 공적이다.

최근 '종가' 잉글랜드는 A매치 35골을 뽑은 주득점원 마이클 오언(26.뉴캐슬)이 오른발 척골(尺骨)에 핀을 박는 수술을 받아 깊은 시름에 빠졌다.

회복 기간이 10주로 나와 월드컵 진출이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지만 잉글랜드 팬들은 행여 오언이 뛰지 못하는 사태가 오지 않을 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잉글랜드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직전에도 주장 데이비드 베컴(31.레알 마드리드)이 부상을 당해 한바탕 홍역을 치렀고 베컴은 온갖 수단을 동원한 끝에 겨우 회복해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렇다면 태극전사들이 월드컵 무대에 '무사히' 서기 위해 어떻게 부상이란 적과 싸워야 할까.

윤영설 박사는 국제축구연맹(FIFA) 의무분과위원회가 개발해낸 '일레븐(the eleven)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이 프로그램은 선수들이 훈련 또는 경기에 들어가기 직전 10분 동안 10가지 스트레칭 동작을 활용해 충분한 워밍업을 하도록 권장한 것이다. '일레븐'이라는 명칭이 붙은 건 10가지 스트레칭을 하면서 머릿속으로 '페어플레이 정신'을 하나 덧붙이라는 뜻이다.

윤 박사는 워밍업의 반대 개념으로 훈련.경기 직후에 하는 정리 동작인 '쿨다운'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동계 훈련 때는 워밍업과 쿨다운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만 부상 없이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한다.

이영표의 안타까운 부상 소식이 오는 15일부터 6주 간 장기 해외 전지훈련.평가전 대장정에 돌입하는 태극전사들에게 대사를 앞두고 부상을 막아야 한다는 귀중한 교훈을 전해주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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