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지율스님 동국대 일산병원 입원

입력 2006-01-05 13:57:41

안동시 이천동 연미사 암자에서 칩거 단식중이던 천성산 도룡뇽 지율스님이 5일 오전 11시 45분쯤 허름한 오두막 암자를 떠나 경기도 일산 동국대 부속병원에 입원했다.

이날 조계종 스님의 등에 엎혀 암자를 나온 지율스님은 지금까지 천성산 내원암과 지난해 12월 신륵사 단식, 이번 안동 연마사 단식 등 모두 4차례의 단식으로 앰블런스에 실릴 때까지 정신이 혼미한 상태로 고개를 들지 못했으며 목이 한줌도 채 되지않는 등 말그대로 피골이 상접한 안타까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지율스님을 보살펴 온 한 스님은 "가끔 의식이 돌아올 때 가느다란 목소리로 말을 하긴 하지만 의식이 워낙 가물거리는 상태여서 무슨 말인지 모를 정도로 왔가갔다 한다"고 전했다.

암자에서 100여m 떨어져 주차된 앰블런스까지 줄곳 엎여 온 지율스님은 병원측에서 가져 온 들것에 눞히자 한때 목이 축 늘어져 의료진들을 긴장 시키기도 했다. 지율스님을 실은 앰블런스는 이날 정오쯤 취재 차량들이 따라붙는 가운데 안동시내를 거쳐 중앙고속도로 서안동IC를 통해 서울로 향했다.

지율스님을 병원으로 이송한 동국대 부속병원 임지현(32) 내과의사는 "오랜 단식으로 현재 신장 기능이 거의 정지한 상태며 손과 발의 감각이 없을 정도로 마비가 되고 있는 상태"라며 "워낙 위급한 상태라서 앰블런스에서 응급가료를 하면서 이송했다"고 말했다.

한편 불교환경연대는 이날 일산 동국대 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천성산 터널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더 이상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를 중지하라"고 주장했다.

안동·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지율스님은 이날 오전 11시45분께 동국대 내과 김도연 박사 등 의료진 4명, 신륵사 주지 세영스님, 동생 등과 함께 앰뷸런스를 타고 안동을 출발, 오후 3시15분께동국대 일산병원에 도착, 곧바로 3층 중환자실로 옮겨져 긴급 검진을 받았다.

병원 중환자실 실장 김영권 박사는 지율스님의 건강상태에 대해 "오랜 단식으로체중이 31㎏(평소 55㎏) 밖에 나가지 않는데다 정상적인 대화가 안될 정도로 전반적인 기력이 굉장히 떨어진 상태"라며 "그러나 하루 이틀 사이에 큰 일이 날 정도로위급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박사는 이어 "오랜 단식으로 수분공급이 필요한 상태지만 스님이 피검사 외에 다른 치료를 거부하고 있다"며 "동생과 동료 스님 등을 통해 스님을 설득, 필요한 검사를 하고 치료를 받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영 스님은 "지율스님이 단식을 한지는 100일 넘었으며 단식에 들어간 이유는정부가 한 약속을 저버린데 대한 실망감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세영스님은 그 동안 지율스님의 행적에 대해 "단식 80일쯤 돼서 여주 신륵사에잠시 기거했으나 행적이 노출돼 안동으로 와 현재까지 기거했으며 이전 행적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공사에 반대해온 지율스님은 지난해 9월 중순 이후 외부에 알리지 않고 단식에 들어갔으며 광주와 서울 등지를 옮겨 다니다 여주 신륵사를 거쳐 안동에서 단식을 계속해온 것으로 알려져왔다.

(연합뉴스)

사진 : 경북 안동시 이천동 모 암자에서 단식중이던 지율스님(오른쪽)이 일산 동국대 부속병원으로 가기 위해 신륵사 주지 세영 스님의 등에 업혀 암자를 나서고 있다. 권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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