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이 잘 되려면 지역 대학이 앞서가야 한다고들 합니다. 저는 그 중심에 경북대학이 서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현재의 경북대는 그런 능력이 있느냐고 자문하게 됩니다. 20년 넘게 산·학 연구현장에서 지켜본 경북대에 대해 홀가분한 입장에서 몇 마디 말씀드리겠습니다.
몇년 전 한 국책프로젝트를 심사하기 위해 경북대에 간 적이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주도한 교수님들이 열심히 사업을 설명했지만, 정작 해당 대학 보직교수가 심사위원의 간단한 질문에 답변하지 못해 심사에서 탈락했습니다.
제가 국책프로젝트 심사를 위해 각 대학을 방문해 보면 경북대 당국과 일부 교수님들은 국가공무원 신분 때문인지 프로젝트 수행에 대한 의지가 절박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되면 다행이고 안 돼도 그만'이라는 식입니다.
경북대는 특히 '칸막이 문화'가 심하다고 합니다. 학과간에, 타 대학간에 교류하는 모습을 찾기가 힘들다는 겁니다. 경북대학은 외부와의 소통은 차치하더라도 내부소통도 잘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학과와 전공의 경계를 허물기는 어렵습니다.
가령 경북대에서 경쟁력을 갖춘 전자공학부와 경제통상학부를 묶어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에 필적하는 이른바 'DIT(Daegu Institute of Technology)'로 발전시켜 나가면 어떨까요? 지역 사립대와 학점을 공유하는 제도도 고려해 볼 만 하지 않습니까.
지역과 연계하려는 절박감도 희박한 것 같습니다. 지역 대학이 지역을 잘 모르고 있다고 하면 웃을 일인데 그것은 사실입니다. 이 지역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대신 교육부만 쳐다보고 있어야 되겠습니까?
내부 동력이 없으면 예전에 그래왔던 것처럼 교육부의 눈치만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역대 총장님 치고 외부에서 영입된 사례가 단 한번이라도 있습니까? 임기동안 별 탈 없이 있다 가시는 총장님들은 경북대에 큰 불행입니다. CEO의 마인드를 가져야 합니다.
오늘 날 경북대가 처한 어려움의 많은 부분이 서울집중 등 외부에서 비롯됐습니다. 그러나 외부 탓만 할 수 없지 않습니까. 학교의 치부를 드러내놓고 미래를 설계해야만 희망이 있지 않겠습니까.
글.이정인 대구전략산업기획단장
(글쓴이 이정인(55)씨는 경북고,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경제기획원 산하 국제경제연구원·산업연구원, 대구경북연구원을 거쳐 2004년부터 대구전략산업기획단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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