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총리 '야스쿠니 고집' 버려야

입력 2006-01-05 11:50:55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연두 기자회견에서 "외국 정부가 마음의 문제까지 외교 문제로 삼는 자세는 이해할 수 없다"며, 야스쿠니 신사 참배 중단을 요구해 온 한국과 중국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의견이 다르다고 외교 교섭을 하지 않는다든가 정상회담을 열지 않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언제든지 대화에 응할 것이고, 문제는 상대방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고집하는 고이즈미 정권의 속내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야스쿠니 신사는 태평양 전쟁 A급 전범의 명부를 보관하고 추모하는 곳이다.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공식 참배는 바로 한'중 두 나라에 엄청난 피해와 희생을 강요했던 전범에 대한 일본인 전체의 추모와 존경으로 해석되기에 참배를 반대하는 것이다.

일본 내에서도 반대의 소리가 적잖다. 100명이 넘는 일본 의원들은 야스쿠니를 대체할 추모 시설을 새로 만들자는 모임을 결성했다. 일본 최대 신문인 요미우리의 와타나베 회장 겸 주필은 최근 "군국주의를 부추기고 예찬하는 전시품을 늘어 놓은 박물관을 야스쿠니가 경영하고 있는데도 총리가 참배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비판했다. 또 야스쿠니 공식 참배론자가 차기 총리가 되면 아시아 외교는 영원히 망가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와타나베 회장의 말과 같이 일본인 스스로 죄가 있다고 인정하지 않는다면 한국과 중국이 납득할 리 만무하다. 우리는 동아시아의 평화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일본이 잘못된 과거를 그리워할수록 군국주의의 망령에 대한 의심도 커질 수밖에 없다. 아시아를 외면하는 일본의 고집이 동아시아를 긴장하게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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