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세력 벌써 權力 투쟁 시작인가

입력 2006-01-04 11:48:04

유시민 의원의 보건복지부 장관 기용 여부를 둘러싼 열린우리당과 청와대의 갈등이 저렇게까지 증폭하는 이유가 뭔가. 여권내 각 계파 간 권력 게임이라면 지금이 그럴 때인가. 유 의원 입각에 대한 당 내 반발은 표면상 '국민의 거부 정서'가 주 이유다. 그가 장관을 맡으면 열린우리당 지지표가 달아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속내에서는 끝없이 충돌해 온 정동영'김근태'친노 직계 간의 치열한 세력 싸움이 비쳐지고 있다. 그간 잠복해 있던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의원들 간의 '불신'이 당-청 갈등으로 폭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친노 직계인 유 의원은 특히 정동영계와 사사건건 대립하며 갈등을 심어 왔다. 호남 쪽 의원이나 다른 계파와의 노선 갈등도 뿌리 깊다. 그런 유 의원에 대해 노 대통령이 입각 카드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차기 대선 후보 경선에 대한 다각적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유 의원을 장관 경력으로 몸피를 키운 뒤 대선 후보 경선에서 '캐스팅 보트'로 활용하겠다는 설정이다. 그렇게 보지 않고서야 다른 계파의 조직적 반발을 단순히 유 의원 개인에 대한 '감정'이라 할 수 있겠는가.

또 하나는 노 대통령이 유 의원 카드를 통해 정계개편을 꾸미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어차피 당 장악력이 떨어진 판에 20% 안팎 지지로는 차기 대선이 곤란하다는 인식으로 '헤쳐 모여'의 시동을 걸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인사를 보고 당내 초'재선 의원 일부에서 제기하는 그 같은 음모론이 주목받는 이유다.

그렇다면 서로 막 보는 수준으로까지 치닫는 당-청 간의 대립은 너무 일찍 레임덕을 초래하는 것 같아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가뜩이나 국정 운영이 활력을 잃는 집권 후반기에 집권 세력이 앞장서 대권 싸움을 조기화하면 어쩐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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