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Travel라이프]호주의 교육을 말한다-(3)학교는 시 외곽지로

입력 2006-01-04 11:57:39

멜버른으로 가는 '그레이하운드' 버스에 몸을 실었다. 지긋지긋한 시간과의 싸움이다. 거의 10시간을 가도 끝이 없는 숲, 목장, 대평원이 번갈아 펼쳐진다. 지루한 바깥 풍경 때문에 고문 아닌 고문을 당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중간 기착지마다 팜 스테이(Farm Stay:현지 농장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한국 학생들이 타고 내려 그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재미가 있었던 것.

도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보다 시간당 임금(1시간당 10∼12달러)이 3분의 1가량 더 많다. 주로 하는 일은 과일따기, 축사청소 등의 단순노동이지만 소를 끌고다니는 등 힘든 일을 해야 할 때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학생들 중 지방 학생은 1명도 만나지 못했다. 모두 수도권 학생들이었다. 도전과 변화를 싫어하는 지방의 교수, 교사, 학부모들이 깊이 생각해야 할 대목이다.

10여 시간 버스여행 끝에 멜버른에 도착했다. 리알토 전망대에 올라 사방을 내려다보니 과연 넓다. 푸른 태평양을 끼고 속이 시원하게 펼쳐진 도시다. 세인트폴 대성당, 페더레이션 광장, 타운 홀, 옛 멜버른 교도소, 플래그스태프 공원 등을 관람했다.

멜버른에서 고속도로로 1시간쯤 달리면 '그레이트 오션 로드'다. 가는 길에 아담한 크기의 '한국전쟁 기념탑(Korea War Memorial)이 서 있다. 이 도시 출신 청년들이 특히 많이 전사한 탓이란다. 호주는 한국전쟁 당시 UN군으로 참전한 우방으로 캔버라의 전쟁기념관에도 전사한 용사들의 이름들이 벽면에 새겨져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원시 열대우림과 미국의 그랜드 캐넌과 같은 웅장한 흙, 바위산을 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시드니에선 학교를 구경하기 위해 여행정보센터를 찾았다. 국제학생사무소(International Student Office의 Department) 교육담당자 돈 허드슨(Don Hudson) 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대학을 제외하고 도시 안에 초·중·고등학교가 하나도 없다는 것. 모두 시내 중심가에서 16km 이상 떨어진 곳으로 이전하였다고 한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장소를 공해, 교통난 등 유해환경으로부터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 10여 년 전부터 호주정부에서 실시한 훌륭한 정책의 산물이었다. 대학교는 소규모로 시내 곳곳에 있는데 제대로 된 대학인지 궁금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우리나라의 학원 수준 정도의 규모였다. 어느 정도 이름이 있는 콜럼비아(Columbia) 대학도 시내에 몇몇 중심학부를 두고 나머지는 모두 시 외곽지의 넓고 큰 캠퍼스에 있다고 한다.

대학은 철저하게 자국민 우대정책이 적용된다. 호주 국민들은 등록금 및 수업료가 외국 학생들에 비해 3분의 1 정도도 되지 않을 정도로 적으며 각종 장학금 혜택도 풍부하다. 이런 정책들은 다른 나라에서 온 학생들의 높은 수업료로 수업의 질을 높이고 자국 학생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과 동시에 학교에 필요한 각종 교육자재 등을 구입하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누리는 것.

미리 예약을 하지 않은 터라 대학 안에 들어가 학생들이 어떻게 수업을 받는지 어떻게 대학이 운영되는지는 알 수 없었다.마지막으로 크라운 프라자의 카지노(Casino)를 방문했다. 오후 3시쯤인데도 그 넓은 도박장이 손님으로 꽉 찼다. 젊은이, 늙은이, 정장한 신사, 노숙자같이 허름한 복장을 한 주정뱅이 등 다양한 사람들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슬롯머신을 누르고 있다. 재미있는 구경거리다.

다음날 밤 애들레이드로 향했다. 아득하게 먼 지평선에 걸린 반달이 묘한 감흥을 일으킨다. 잠을 자도록 버스 안의 모든 불을 꺼 온 세상이 깜깜하다. 가끔 스치는 대형 트레일러 불빛만 교차한다.

이덕민(63·전 서부중 교장)

후원 : GoNow여행사(로고 및 연락처)

사진:1. 도심외곽 학교에서 온 초등학교 학생들이 2명의 인솔교사와 함께 시내 체험학습을 나왔다 2. 시내 중심에 빅토리아 대학. 몇몇 학부만 있고 나머지는 외곽 캠퍼스에 위치하고 있다 3. 호주 해변 그랜드 캐넌의 예수의 12제자를 형상화한 '12 사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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