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칼자루 쥔 한나라당

입력 2006-01-04 10:21:41

당심 앞세우다 민심 잃을 수도

"대권이냐, 지방 일꾼이냐?"

5·31 지방선거 출마희망자 10명 중 8, 9명은 한나라호에 타려고 아우성이다. 물밑 경쟁도 과열되고 있다. '칼자루'를 쥔 한나라당은 입맛대로 후보를 공천할 수 있다. 그러면 그 '입맛'이 지역민들 생각과 비슷할까? 아니면 영 딴판일까?

◆한나라당 공천 일정은?=한나라당 시·도당에 따르면 시·도당 공천심사위원회는 당 내외 인사 10~15명으로 구성된다. 당외인사는 30% 정도로 학계, 법조계 등 외부전문가로 위촉된다. 구성 시기는 사학법 투쟁을 감안, 2월 초·중순쯤으로 예상된다.

구성 후 위원들은 출마희망자들 자료를 확보, 도덕성·참신성·개혁성 등을 따지는 서류심사로 1차 검증을 한다. 다음은 여론조사. 이를 통해 우열(경쟁자와의 지지율이 배 이상 차이 나면 우위로 판정)이 드러나고, 지역 국회의원 등의 이의가 없을 경우 후보로 결정된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 경우 면접이나 경선을 통해 최적 후보를 선정하는 절차를 밟는다.도당 이동주 사무처장은 "시·군·구별로 3명 이내의 후보를 선정한 뒤 당원협의회 등 지역에서 개진된 의견을 참고해 심사위가 후보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초의원의 경우 워낙 많아(대구·경북 370여 명) 각 지역의 '판단'이 잘못되지 않으면 심사위에서 확인하는 수준만으로 후보를 결정할 방침이다. 시·도당은 "3월 초 출마희망자들로부터 서류를 접수받아 3월 말, 늦어도 4월 중순까지는 당 공천자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광역과 기초 구분없이 심사가 끝나는 지역부터 공천자를 발표할 계획이다.

◆누구를 공천할까?=도당 권오을 위원장은 "정권을 되찾지 않는 한 대구·경북의 발전은 지금도 없고, 앞으로도 없다"고 말했다. 도당 관계자는 "단체장이 아무리 신망이 높아도 대권에 필요치 않다고 판단되면 인구가 비교적 적은 지역에서는 선거 패배를 각오하더라도 당심이 깊은 사람을 공천한다는 것이 당 방침"이라며 "당심 깊은 사람이 대선에선 당심 없는 단체장보다 더 표를 얻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이 대권에 맞춘 인물을 최우선 공천한다는 막다른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한나라당이 지방의 참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에까지 대선 바람을 불어넣는 이유는 뭘까? 지역 정치권은 "지방선거에선 압승하고도, 두 번이나 정권 창출에 실패했다는 인식이 당내에 뿌리 깊게 박혀 있다"며 "대권 재창출을 위해서라면 지방선거까지 이용하겠다는 절박한 심정"이라고 분석했다.

◆시·도민들 생각은?=본사의 신년 여론조사에서 대구시민의 65.3%, 경북도민의 77.3%가 "지방선거는 지방일꾼을 뽑는 선거"라고 답했다. 한나라당의 후보 공천 기준에 대해선 시민의 92.6%, 도민의 93.4%가 "지역 일을 잘할 수 있는 후보를 공천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 선거 승리를 위한 후보 중심 공천이어야 한다"는 답은 4~7% 미만에 불과했다.

한나라당의 '대권에 기여할 후보 위주'라는 공천 움직임과는 딴판이다.경북대 정치외교학과 하세헌 교수는 "정당이 특히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자신들 입맛에 맞는 인물을 고를 수밖에 없는 사정은 이해된다"며 "하지만 지방선거 인물을 대선에 기여할 인물로 한정하는 것은 지방자치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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