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스 오용준 "나도 인생역전!"

입력 2006-01-04 10:52:00

스포츠 경기에서 후보(백업) 선수들은 주전들의 부상으로 좋은 기회를 잡곤 한다. 또 큰 부상을 당한 후 이를 극복한 선수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스타플레이어가 되는 경우도 가끔 있다.

지난해 프로야구에서 박진만과 박종호의 그늘에 가려 있던 삼성 라이온즈의 김재걸은 시즌 초에는 박진만, 한국시리즈에서는 박종호의 부상으로 기회를 잡았고 이를 잘 살려 '인생 역전'에 성공했다. 김재걸은 올 시즌 연봉 1억1천만 원을 받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의 한국 대표로 뽑히는 귀하신 몸이 됐다. 삼성의 투수 오승환은 단국대 시절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접어야 하는 위기에 몰렸으나 이를 극복했고 지난해 프로에 데뷔, '포커 페이스'로 주목받으며 화려한 기록으로 스타가 됐다.

2005-2006시즌 프로농구에서도 제2의 김재걸과 오승환이 되길 꿈꾸는 선수가 있다. 대구 오리온스의 왼손 슈터 오용준(26·193cm).

지난달 20일 서울 삼성 전에서 오리온스의 주포 김병철이 부상으로 벤치로 물러나면서 오용준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이날 오용준은 3점슛 3개 포함 13점을 넣어 주목받았고 지난달 22일 창원 LG전에서 주전으로 기용돼 20점(3점슛 5개)을 쓸어담았다. 지난달 24일 SK전에서는 12점을 올렸고 지난달 27일 KCC전에서는 18점-6리바운드-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 3연패 탈출의 일등공신이 됐다.

지난달 31일 원주 동부, 1일 전자랜드 전에서도 각각 17점과 12점을 올려 6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 행진을 이어갔다. 전자랜드 전에서는 김병철이 부상에서 복귀했으나 오용준은 연장까지 45분 간 풀타임 기용됐다.

휘문고-고려대 출신으로 2003년 드래프트에서 10순위로 오리온스에 지명된 오용준은 데뷔 첫 해인 2003-2004시즌 초라한 기록(28경기에서 평균 2.8점-0.7리바운드-0.3어시스트)을 남기고 다음 해 코트에서 사라졌다. 시즌 막판 아킬레스건을 다쳐 1년 간 엔트리에서 제외된 것. 이 과정에서 연봉이 6천만 원에서 3천300만 원으로 삭감되는 수모도 당했다.

이번 시즌에도 오용준은 2라운드까지 철저히 백업에 머무르며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으나 김병철의 부상 공백을 잘 메워 단숨에 주전(슈팅 가드나 스몰 포워드) 역할을 하게 됐다.

하지만 오용준은 이미 고려대 시절 유명세를 탄 적이 있었다. 2001년 연세대와의 정기전에서 오용준이 51점을 폭발한 것은 고·연전의 전설로 남아 있다.

오용준이 이번 시즌 남은 4~6라운드에서 특급 포인트가드 김승현과 함께 왼손 듀오를 형성한다면 오리온스는 무난히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사진 : 대구 오리온스의 오용준(왼쪽)이 1일 열린 인천 전자랜드와의 경기에서 골밑을 파고들고 있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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