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가스 분쟁 후속대책' 부산

입력 2006-01-04 09:30:19

伊, 원전개발 검토…獨서도 원전폐기 계획 재검토 논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가스 분쟁으로 급감했던 유럽에 대한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3일 정상화된 가운데 유럽 국가들이 핵에너지 개발 및 석탄산업 재활성화 등 에너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유럽 지역 대부분 국가들이 가스 수입원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이탈리아는 원전 등 핵에너지 개발 계획을 검토하고 있으며 체코는 석탄 산업 재활성화를 모색 중이다.

클라우디오 스카졸라 이탈리아 산업부 장관은 이번 러-우크라 가스분쟁이 이탈리아에 에너지 공급 위기를 초래하지는 않겠지만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 장기적 관점에서 핵기술 개발이 이탈리아 에너지 정책의 중요 요소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폴란드도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 정책을 재고하고 있고, 터키는 가스 저장시설 확충을 서두르기로 했으며, 오스트리아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을 적극 개발키로 했다.

특히 전체 필요 에너지의 84%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유럽 최대 에너지 수입국 독일에서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 시절 입안된 원전 폐기 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보수주의자들은 2020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기하기로 한 계획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사민당 의원들은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원자력 및 석탄산업 재활성화 방안과 관련해서는 환경 오염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논쟁이 예상된다.

헝가리와 오스트리아, 독일 등에 대한 러시아산 가스 공급은 이미 2일부터 정상화됐으며, 24~30%까지 떨어졌던 이탈리아와 프랑스에 대한 가스 공급도 이날부터 과거 수준을 회복하는 등 러-우크라이나 가스분쟁으로 야기된 유럽의 가스 대란은 러시아가 공급을 다시 확대함에 따라 한숨 돌린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주변국과 분쟁에서 석유·가스 자원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난도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안드리스 피에블라그스 유럽연합(EU) 에너지담당 집행위원도 "러시아가 이번에 무리하게 행동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지난 40년간 (유럽이) 옛 소련과 러시아로부터 가스를 공급받는 동안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EU 순번 의장국인 오스트리아도 사태 해결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압력을 넣어 달라는 러시아 측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오스트리아 정부의 한 대변인이 이날 밝혔다. 한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이번 가스 분쟁 해결을 위한 협상을 3일 모스크바에서 재개할 방침이었으나 협상이 이뤄졌는지 여부는 이날 밤 늦게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러시아 측 협상 창구인 가즈프롬의 세르게이 쿠프리야노프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와 몰도바 대표단이 이날 협상을 위해 모스크바를 찾은 사실은 확인하면서도 러시아 측과 협상이 성사됐는지 여부에 대한 정보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EU의 피에블라그스 집행위원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협상이 시작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해 양국이 활발한 물밑 접촉을 벌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키예프·모스크바AP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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