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퍼햅스 러브

입력 2006-01-04 08:44:06

10년 전, 중국 베이징에 영화학도와 무명가수인 한 가난한 연인이 있었다. 그들의 사랑은 뜨거웠지만 남루한 가난을 잊을 만큼 비현실적이지는 않았다. 여자는 숨막힐 정도의 고통스러운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남자를 버리기로 하고, 자신의 몸을 무기로 자신을 스타로 키워줄 사람을 찾는다. 그리고 톱스타로 성장해 남자를 다시 만난다. 10년간 남녀의 얽힌 사랑을 풀어낸 영화 '퍼햅스 러브'는 홍콩 천커신(陳可辛) 감독의 뮤지컬 영화다.

영화 속 중국 감독 니웨(장쉐유·張學友)는 뮤지컬 영화를 만들기로 하고 자신의 연인 손나(조우쑨·周迅)를 여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상대역은 홍콩 최고의 스타 지엔(진청우·金城武). 하지만 지엔은 10년 전 가난하다는 이유로 손나에게 버림받았던 바로 그 남자였다. 니웨와 손나, 지엔은 과거와 현재의 얽힌 사랑을 배경으로 뮤지컬 영화를 찍는다. 뮤지컬 영화는 공교롭게도 그들의 사랑과 닮아있다.

뮤지컬 안에는 옛사랑의 기억을 잃고 서커스 단원으로 살아가는 여자와 그를 둘러싼 두 남자가 있다. 한 남자는 여자를 구해준 뒤 현재의 연인이 된 서커스 단장이고 다른 한 남자는 여자의 기억에서 지워진 뒤에도 그 주변을 맴도는 과거의 연인이다.

현실 속에서 갈등하던 두 남자는 뮤지컬이라는 압축된 시·공간 속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에 극단적으로 몰입하며 긴장감을 높여간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세 남녀의 사랑과 질투, 복수의 감정이 고조되고 점차 무대와 무대 밖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한다. 지엔은 '연기 아닌 연기'로 손나에게 아직 끝나지 않은 사랑을 고백하고, 손나와 지엔의 관계를 눈치 챈 니웨도 서커스 단장 역을 자청해 뮤지컬 속으로 뛰어든다. 그는 뮤지컬 가사를 통해 직설적으로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고, 급기야 시나리오까지 수정해가며 뮤지컬 속 어긋난 사랑을 파국으로 몰아간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두 남자는 손나와의 사랑에서 받은 상처를 각자의 방식으로 극복하며 사랑의 끝을 준비한다. 좀처럼 뮤지컬 속 역할에 몰입하지 못하던 손나도 그런 두 남자를 지켜보면서, 회피하고 잊으려고만 했던 자신의 사랑을 서서히 깨달아간다.

또 하나의 주인공 천사 몬티(지진희)는 영화 속 이야기꾼으로, 세 사람의 마음 속 진심을 들어주면서 그들이 진정한 사랑을 깨달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역할을 맡는다.

'퍼햅스 러브'는 천커신 감독이 중국과 아시아를 겨냥해 만든 대작 영화다. 할리우드의 뮤지컬 영화와는 다른 중국적이고 동양적인 뮤지컬 영화란 점에서 생소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5일 개봉. 12세 관람가.

최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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