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학년도 대학입시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2007학년도 대학 입학을 위한 경쟁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고교 2학년인 학생들은 방학 동안 많은 부분을 정리하고 남은 과정을 끝내겠다는 나름대로의 계획을 세워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내년인 2008학년도부터는 입시 제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2007학년도에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입학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긴장은 더하다.
그러나 의욕만으로 학습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학입시의 시작인 겨울방학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서는 학습 계획과 공부 방식, 과외 공부의 효과 등을 면밀히 검토해 고칠 것은 고치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 2월 말까지 두 달에 걸친 방학은 고3 생활 전반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시기이다. 진학 담당 교사들과 전문가들이 말하는 효율적인 방학 학습전략에 대해 알아본다.
▲ 국·수·영이 관건이다
7차 교육과정이 도입된 이후 관심의 초점은 사회탐구와 과학탐구에서 선택 과목 간 표준점수에서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두 번에 걸친 수능시험 결과는 선택 과목 간 표준점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시를 좌우하는 것은 여전히 국어, 수학, 영어라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 최근 치러진 두 번의 수능시험에서는 특히 수학과 영어에서 고득점한 학생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예비 고3 수험생들은 방학 동안 국어, 수학, 영어의 기본을 확실하게 다지고 그 바탕 위에서 심화 학습을 해야 한다.
언어영역의 경우 최근 2년 동안 너무 쉬워서 변별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학력고사든 수능시험이든 특정 과목이 3년 연속 쉽게 출제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따라서 2007학년도 언어 영역은 지난해보다는 어려워질 것이라는 가정 하에서 대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언어영역은 문제집 풀이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소재의 글 읽기를 통해 독해력을 배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리 영역은 수능시험의 직접적인 출제 범위인 수학Ⅰ, Ⅱ 공부도 중요하지만, 기초가 되는 10-가, 나를 심도 있게 정리하는 것이 필수다. 10-가, 나가 확실하지 않으면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다.
영어는 7차 교육과정 이후 가장 어려워진 과목으로 지난 2년 동안 실제 수능시험도 어렵게 출제되었다. 7차 교육과정에서는 종전의 유창성(fluency)에다 정확성(accuracy)이 추가돼 어휘와 문법 실력이 매우 중요해졌다. 방학 기간에 주요 문법은 반드시 정리해야 한다. 그 다음 독해력 배양을 위해 다양한 소재의 영문을 많이 읽어야 한다. 논술 제시문에 영어지문이 금지되면서 대부분 상위권 대학들이 심층면접에서 영어지문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고급 영문 독해 능력도 길러야 한다.
▲ 조급하면 실패한다
방학이 되면 많은 수험생들이 지나친 기대를 한다. 자신의 취약 과목을 보충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조급해져 지나치게 욕심을 낸다. 그러나 방학은 지친 심신을 쉬게 하면서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여유 있게 보충할 수 있는 시간으로 생각해야 한다. 방학 기간에는 평소보다 잠도 더 자고 쉬는 시간도 더 많게 해야지 욕심 때문에 무리하게 계획을 세우면 며칠 못 가서 포기하게 되고 결국은 학습 의욕을 상실하게 된다. 겨울방학을 실력 약진의 마지막 기회라고 여기는 수험생도 적잖다. 그러나 최종적인 실력은 고3 후반기가 돼야 드러난다. 방학 기간에 모든 것을 다하겠다는 생각은 무리이다. 실천 가능한 계획으로 알차게 시간 관리를 하는 수험생만이 최후에 웃을 수 있다. 계획은 다소 여유 있게 세우고 실천은 제대로 하겠다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2008학년도부터 입시 제도가 바뀐다고 부담을 느낄 필요도 없다. 재수를 하게 되면 손해를 볼 것이라는 섣부른 판단에 올해 무슨 일이 있어도 원하는 대학·학과에 들어가야 한다며 강박증에 빠져서는 안 된다. 2008학년도의 경우 내신이 좋은 학생은 불리할 게 없고, 내신이 안 좋다고 해도 대학별 고사에서 만회할 기회가 지금보다 오히려 커지기 때문에 재수생에게 오히려 유리한 측면이 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되 실수할 경우에도 길은 열려 있다는 여유를 갖고 일 년을 보내면 되는 것이다.
▲ 문제풀이보다는 기본 개념을 중시하라
방학 동안 학생들은 보충수업이나 학원 수업을 통해 주로 실전문제 풀이 위주의 학습을 한다. 그러나 아무리 문제를 많이 풀어도 기본 개념이나 핵심 원리가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나중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방학 동안 시험 공부의 기본이 되는 교과서를 반드시 다시 정리해야 한다.
이 기간에 모든 과목을 다 정리하겠다는 욕심도 무리이다. 국·수·영은 기본적으로 꾸준하게 공부하면서 취약한 한두 과목을 집중적으로 보충하는 것이 좋다. 자신이 선택한 탐구영역 과목 가운데 특별히 약한 게 있으면 학년이 올라가기 전에 기본 개념을 어느 정도 정리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방학 학습에서 모든 것을 다 끝내겠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수능시험에서 고득점하는 수험생들은 예외 없이 기본에 충실한 학생들이었다. 개념을 확실히 이해한 뒤 쉬운 문제로 오래 생각하는 공부가 바람직하다.
▲ 학원 수강이나 과외는 신중하게
많은 수험생들이 취약한 과목을 학원 수업이나 과외로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학원이나 과외는 잘 활용하면 도움이 되지만 자칫 잘못하면 몸만 바쁘고 실효를 거두기가 어렵다. 방학 동안 학원에서 거의 모든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도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듣기 중심의 수업에 몰두하다 보면 수박 겉핥기가 되기 쉽고 스스로 다질 시간이 없어서 아는 것 같은 문제도 막상 혼자서는 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비 고3 학생은 가능하면 학교 수업을 통해 해결하되 학원에 가더라도 효과를 볼 수 있는 한두 과목으로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회탐구, 과학탐구 등은 여러 과목을 묶어서 강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큰 실효를 얻기가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보다는 과목별로 부족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맨투맨 식 개인지도나 그룹지도가 유행하고 있다. 실제 수업 진행 방식, 강의 내용, 학생 관리는 다수를 상대로 하는 강의와 별 차이가 없으면서 수강료만 비싼 것이 문제다. 학원들 중에서도 강의에 질적인 차이는 없으면서 수입 확충을 위해 그룹지도와 개인지도 반을 만들어 수강료를 높이는 곳이 더러 있다. 일반 강의와 차이점을 꼼꼼히 따져보고 결정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관심을 가지면 정상적인 수강료를 받으면서도 알찬 강의를 하는 학원을 찾을 수 있다.
개인지도로 피해를 입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예상외로 많다는 사실도 유념해야 한다. 개인지도는 고액 과외가 많기 때문에 피해를 입고도 하소연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아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바람잡이 학부모와 브로커를 동원해 과대 선전을 하는 학원을 주의해야 하며 지역의 유명 인사나 여러 학교의 우수 학생을 들먹이며 자기가 지도했다고 과시하는 사람도 경계해야 한다. 적중률이 높다거나 자신이 족집게라고 하는 사람들도 피하는 것이 좋다.
▲ 끝까지 흔들리지 않게 준비하라
입시는 장거리 경주이므로 마지막 순간까지 한결같이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성패의 관건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수능시험처럼 하루 만에 전 과목 시험을 다 치르는 단판승부나 몇 시간씩 몰두해야 하는 대학별 고사에 강해지기 위해서는 건강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체크해보고 치료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방학 동안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축농증이나 척추 질환 등과 같이 학습에 장애가 되는 요인이 있을 경우 집중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학입시에서 정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출처 불명의 유언비어성 정보에 현혹돼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시간을 낭비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근거도 없이 인터넷에 떠다니는 정보에 솔깃해 엉뚱한 곳을 헤매는 사례도 자주 보인다. 대학 진학에 필요한 정보에서부터 학습 방법, 취약 과목 대비책 등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담임 선생님이나 전문가를 찾아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뢰할 만한 정보가 실리는 매체나 인터넷 사이트 등도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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