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 행보' 에 출마희망자 반발
한나라당 김성조(구미갑) 의원이 재선 의원으로는 극히 이례적으로 기초단체장인 구미시장 출마를 사실상 선언, 구미 정가가 들썩이고 있다.통상 국회의원직은 기초단체장들의 종착지로 여겨질 만큼 선망의 대상이어서 만약 현역의원이 기초단체장으로 진로를 거꾸로 간다면 지역은 물론 중앙 정치권에도 적잖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 출마 선언
김 의원은 2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해 국회에서 수도권 공장 신·증설 허용 반대를 주도하면서 중앙보다는 구미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당장 구미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준비된 사람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시장 출마를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구미 시민들 저항이 없다면, 또 보궐선거 등에 대한 당의 부담이 없다면 조만간 가족 회의를 거쳐 출마를 공식 선언하겠다"며 "지역이 살아야 한다는 일관된 생각과 의정 경험을 구미시장직을 통해 현실화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방향 선회, 그 셈법은?
김 의원은 최근 같은 구미 출신의 김태환(구미을) 의원과 만나 시장 출마 뜻을 전했다. 이 만남에서 김태환 의원은 "중앙당 입장이나 구미의 다른 출마희망자들 입장을 고려해 볼 때 섣불리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며 김 의원의 시장 출마를 사실상 말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 김 의원이 갑자기 중앙 정치무대에서 지방으로 키를 돌리려는 셈법은 뭘까?
우선 구미 정가에서는 구미가 역대 총선에서 고 허주 김윤환 씨를 제외하고는 3선 의원을 배출하지 않은 점에 김 의원이 부담을 느껴 3선 도전을 접고, 구미시장으로 정치 행보를 급선회한 것이 아니냐는 곱잖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 의원이 비록 재선의원이지만 여태 중앙 정계에서 특별한 '애정'을 느끼지 못했고, 재선에 걸맞은 당직을 맡아본 적이 없다는 것도 진로 바꾸기의 또 다른 배경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기에다 지난해 정부가 수도권 공장 신·증설을 허용하면서 구미에서 책임문제가 불거지자 그 부담을 털기 위해 구미시장 출마로 정치 행보를 돌린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출마 희망자와 시민들 반발
김 의원의 출마 선언에 대해 출마 희망자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출마 희망자들은 "시민들이 김 의원을 뽑아 국회로 보낸 것은 중앙정치를 잘하라는 뜻인데 갑자기 구미로 내려오겠다는 것은 기회주의적 발상"이라며 "중앙에서 실패한 낙제생이 지방 온다고 구미를 발전시키겠느냐? 자격이 의심스럽다"고 비난했다.
또 "지역에 절대 기반을 둔 한나라당이 현직 의원을 기초단체장에 보낼 만큼 선거에 자신 없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직의 기초단체장 선회는 결국 당 이미지만 깎아내리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출마 희망자들은 김 의원의 시장 출마를 바라지 않지만 만약 김 의원이 나올 경우 중앙당 입김이 배제된 공정한 공천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 출마 희망자는 "여론조사 등 객관적인 잣대로 후보를 공천해야 할 것이며, 만약 특출한 후보가 없다면 지역 국회의원이나 당 차원의 간섭이 배제된 공정 게임이 치러져야 한다"며 "김 의원을 위한 공천이 이뤄지면 출마 희망자들은 결과에 결코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출마 희망자는 "김 의원이 공천을 받는다면 결과적으로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긴 꼴이 될 것"이라며 "김 의원의 피선거권은 존중받아야 하겠지만 공천만큼은 객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도 반발하고 있다.
구미 경실련은 3일 성명을 내 "시장 후보 공천에 가장 큰 권한을 행사하는 현역 국회의원이 시장 선거에 나서겠다는 것은 공천에 유리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시장 자리를 빼앗겠다는 처사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국회의원의 시장 출마는 타 출마 희망자들과의 공정경쟁을 일거에 제압함으로써 지역정치 퇴보는 물론 구미시민들 정치수준을 얕잡아 보는 비민주적인 행위이다. 김 의원은 시장 출마를 당장 철회하고 시민들에게 사과하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성조 의원은 "공천은 한나라당 방침에 따를 것이며, 또 그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말했다.구미시장의 경우 한나라당 경북도당 공천심사위원회가 구미에서 압축된 후보 2, 3명 중 한 명을 결선 후보로 정할 예정이다.
이종규기자 박상전기자 구미·김성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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