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이 엄마' 순애보 오페라로 환생

입력 2006-01-03 10:59:07

"우리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말해놓고 어찌 나를 두고 먼저 가셨나요. 당신을 여의고는 혼자 살 수 없어요."

400여 년 전 남편을 떠나보내며 남긴 조선시대 한 여인의 애절한 순애보가 오페라로 다시 태어난다. 박창근 안동대 교수는 "죽은 남편을 그리워하는 아내의 애절한 심정이 담긴 조선 중기 고성 이씨 이응태의 무덤 속에서 발견된 '원이 엄마'의 편지를 소재로 한 창작오페라를 제작한다"고 밝혔다.

이 오페라는 2년 정도의 제작과정을 거쳐 무대에 올려질 계획. 박 교수는 이 작품을 통해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부부애를 통해 가족사랑과 남녀간의 참사랑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계기를 마련함은 물론 나비부인(일본), 투란도트(중국) 등과 같이 한국적 정서를 세계에 알리는 문화상품으로 제작할 것"이라고 했다.

오페라 곡은 조성용 안동대 교수가 맡아 작곡 중이며 오페라 서곡은 조 교수가 지난 12월 15일 발표한 관현악곡 '412년 간의 침묵, 그 후'를 기초로 올 봄 완성될 계획이다. 대본은 현재 대구지역의 한 작가와 협의 중에 있으며 조만간 대본작업이 시작될 것이라고 박 교수는 밝혔다. 무대 세트와 의상 등은 시대적 배경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의상학자, 민속학자 등 전문가의 고증을 거친다는 방침이다.

'원이 엄마'의 편지는 지난 1998년 안동시 정상동 택지개발지구 내 한 무덤에서 발견돼 화제를 낳았다. 이 편지에는 남편의 병환이 날로 나빠지자 자기 머리카락과 삼줄기로 미투리를 삼는 등 정성을 다해 쾌유를 기원했으나 끝내 남편이 어린 아들과 유복자를 두고 31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자 안타까운 마음과 사모하는 정을 담고 있다

.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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